▣ 서울고등법원 2008. 11. 21. 선고 2008나80618 판결【보험금】

【전 문】
【원고,항 소 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에이스 담당변호사 홍기종)
【피고,피항소인】 흥국생명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용수)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7. 7. 선고 2005가합90327 판결
【환송전판결】 서울고법 2007. 9. 21. 선고 2006나74497 판결
【환송판결】대법원 2008.8.21. 선고 2007다76696 판결
【주 문】
1. 원고의 피고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총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억 4,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05. 8.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환송 후 당심의 심판대상
환송전 당심판결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 판결을 일부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일부 청구를 인용하였는데, 대법원은 이에 대한 피고의 상고에 대하여, 피고 패소부분에 대한 환송전 당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는바, 피고에 대한 환송전 당심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은 이미 확정되었으므로, 당심의 판단대상은 위 파기환송 부분, 즉 환송전 당심에서의 피고 패소부분에 한정된다.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8, 갑 제2 내지 4호증, 을라 제1호증의 1, 을라 제4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김○자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박○국으로 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하 계약내용 생략)

나. 원고는 위 보험계약서 작성 당시 박○국의 서면동의를 얻지 아니한 채 피보험자란에 박 ○국의 서명을 스스로 기재하고 김○자에게 보험료를 지급하였는데, 당시 김○자는 원고에게 박○국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하거나 서면동의를 받아오도록 조치하지는 않았다. 박○국은 2005. 4. 27. 20:00경부터 통영시 미수동 주공아파트 (동호수 생략) 친구인 소외인의 집에서 그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그곳 베란다 유리창문을 통하여 아래로 추락하여 2005. 4. 28. 01:10경 사망 상태로 발견되었고(이하 위 사망사고를 '이 사건 사고', 박○국을 '망인'이라 한다), 원고의 박○국의 처이다.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체결한 위 종신보험의 보험기간 중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피고의 보험설계사인 김○자로서는 위 보험계약 체결 당시 원고로 하여금 유효한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서면동의가 필요하다는 등의 설명을 제대로 해줄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함으로써 위 보험계약이 피보험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받지 않아 무효가 되어 원고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법리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자에게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등의 요건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여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그 요건을 구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유효한 보험계약이 성립하도록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고, 보험모집인이 위와 같은 설명을 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위 요건의 흠결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고 그 결과 보험사고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면 보험자는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기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그 보험금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지게 될 것이지만, 위 서면동의요건 흠결로 인한 보험계약의 무효와 관련하여 보험모집인에게 설명의무 등 주의의무 위반의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그 위반사실과 보험계약의 무효로 인한 손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험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11065, 11072 판결,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3다49580 판결,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다60259 판결 등 참조). 한편, 일반적으로 보험약관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보험계약자가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약관이 바로 계약 내용이 되어 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는 것이어서 보험계약자에게 따로 그 내용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대법원 2005. 8. 25. 선고 2004다18903 판결 등 참조).

(2) 인정사실

다음 사실은 을라 제4호증의 기재 및 제1심 증인 김○자의 증언과 제1심에서의 원고에 대한 본인신문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① 원고는 2005. 4. 26. 피고의 보험설계사 김○자의 권유를 받고, 김○자가 제시한 보험조건 중 특약사항 등을 스스로 조정하여 새로 구성한 후 망인을 피보험자로 하여 위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② 원고는 2000. 11.경부터 2005. 1. 1.까지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의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면서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보험자인 망인의 서면동의를 얻지 아니하면 보험계약이 무효로 된다는 사정을 소속 보험사에서의 교육을 통해 잘 알고 있었고, 김○자도 학교 선배이자 현직 보험설계사인 원고가 위와 같은 사정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여기고 원고에게 피보험자 자필서명의 요건에 관하여 굳이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3) 소결

따라서,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 김○자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 피보험자인 망인의 서면동의를 얻지 아니하면 보험계약이 무효로 된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 사건 보험계약자 원고에게 그러한 내용을 설명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 위 피고의 보험설계사 등에게 원고에 대하여 피보험자 서면동의에 관한 설명의무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원고가 위 보험청약서의 피보험자 동의란에 망인의 서명을 대신하는 것을 보험설계사인 김○자가 적극 제지하는 등 이를 바로잡지 아니하고 방치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보면, 비록 이러한 점을 들어 보험사의 보험설계사가 피보험자에 대한 배려의무 등을 다하지 아니한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직 보험설계사로서 위 서면동의의 요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위 원고가 망인의 자필서명을 받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이 무단으로 망인의 서명을 대행하면서까지 보험계약을 체결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원고로서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위 보험계약이 피보험자 서면동의의 유효요건을 갖추지 아니하여 무효로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잘 알면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사건 보험계약이 피보험자 서면동의의 유효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로 돌아감에 따라 위 원고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위 원고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이 위 피고의 보험설계사인 김○자 에게 보험계약자 배려의무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은 위 원고의 손해발생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무효와 관련하여 피고 보험설계사의 설명의무위반의 과실이 있다거나 그 밖에 위 보험계약 무효로 인한 손해발생의 원인이 되는 주의의무위반의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찬현(재판장) 황기선 김광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