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1997. 12. 22. 선고 97가합14397 판결【보험금】

【판시사항】

[1] 이미 자궁경부암을 앓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속이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은 무효이다.

[2] 인보험 계약에 있어 피보험자의 건강상태는 상법이나 피고 회사 약관 소정의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이를 감춘 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는 상법 제651조 및 약관 소정의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판결요지】

[1] 보험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이미 자궁경부암을 앓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속이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은 무효이거나 취소권을 행사함에 따라 소급적으로 무효로 되었다 할 것이다.

[2] 인보험 계약에 있어 피보험자의 건강상태는 상법이나 피고 회사 약관 소정의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특히 암질환의 경우 의사가 환자의 정신적 동요를 막기 위하여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숨기고 비교적 가벼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처럼 알려줌으로써 환자가 그의 병명을 알지 못하는 것이 통례임에 비추어 암질환에 관련된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의 입퇴원 경력이나 수진사실은 알려야 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 할 것인데, 조직검사 결과 자궁경부암의 판정이 나왔다는 사실(적어도 암초기의 직전 단계인 "class Ⅳ"에 해당하여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춘 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인바, 이는 상법 제651조 및 약관 소정의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항소기각·판결확정).

【전 문】
【원고】우애지
【피고】삼성생명보험주식회사
【변론종결】1997. 12. 4.  
【항소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8.7.14. 선고 98나7935 판결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65,625,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 유】

1. 기초사실

아래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호증의 1, 2, 제3호증의 1 내지 10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1) 원고는 1996. 7. 11. 피고회사와 사이에 별지 1. 기재와 같은 내용의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납입하였다.

(2) 그런데, 원고는 같은 해 11. 27.경 소외 한국전력공사 부속 한일병원에서 자궁경부미만성침윤암의 진단을 받고, 같은 해 12. 16. 입원하여 같은 달 17. 복식전자궁적출술 및 양측난소난관적출술을 시행하고 같은 달 24. 퇴원한 후 통원치료를 받아오고 있다.

2. 원고의 청구원인사실 및 피고의 항변사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특정암진단급여금 등으로 금 65,625,000원의 보험금 지급을 구함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고 회사 약관 소정의 무효사유에 해당하거나 피고 회사가 그 약관 규정에 의하여 취소권을 행사함으로써 소급적으로 무효로 되었을 뿐더러, 원고의 고지의무위반으로 해지되었다고 항변한다.

3. 피고의 항변에 대한 판단

가. 인정사실
아래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3, 제4호증의 1, 2, 제5 내지 7호증, 을 제1, 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다만 갑 제6호증의 일부 기재 중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증인 이용수, 유광사의 각 일부 증언(다만 위 증인들의 각 일부 증인 중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각 제외) 및 당원의 삼성서울병원장, 신한생명보험 주식회사, 흥국생명보험 주식회사, 국민생명보험 주식회사,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 동양베네피트생명보험 주식회사, 한국생명보험 주식회사, 연세대학부속 신촌세브란스 병원장, 이원임상검사센타, 유광사 산부인과병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합쳐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 제6호증의 일부 기재 및 위 증인들의 각 일부 증언은 이를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1)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계약 청약서를 제출하였는데, 위 청약서 상의 최근 5년 이내에 암으로 치료, 복약, 입원하였거나 수술, 정밀검사(심전도, X선, 종합건강진단 등)를 받은 일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란에 "없다"고 표시하였다.

(2) 그러나, 원고는 1996. 6. 13.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특별시지부로부터 종합검진을 받은 결과 자궁경부에 염증이 발견되자 그 다음날 유광사 산부인과병원에 내원하여 위 병원 의사인 소외 유광사로부터 이를 치료받았는데, 위 같은 소외인은 위 치료 후 원고의 질분비물에 대하여 검사한 결과는 정상으로 판정되어 이를 즉시 원고에게 통보하였으나, 같은 달 19. 이원임상검사센타로부터 위 센타에 의뢰하였던 원고의 자궁경부 조직에 대한 병리학적 검사 결과 원고에게 자궁경부암의 한 종류인 침윤성 편평세포암이 발견되었다는 통보를 받게 되자, 같은 달 20.경 원고에게 그 결과를 알려주고 "pap상 classⅣ"(통상 암은 class Ⅰ,Ⅱ,Ⅲ,Ⅳ, 암초기의 단계로 발전한다.)라고 기재된 진료의뢰서를 작성하여 주면서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하였다.

(3) 이에 원고는 같은 달 24.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하여 위 병원 소속 의사인 소외 박찬규에게 위 의뢰서를 제시하면서 다른 병원으로부터 자궁경부암을 진단받았다고 말하였으나, 위 박찬규는 내진만으로는 원고가 자궁경부암을 앓고 있는지 양성 자궁경부질환을 앓고 있는지 여부를 구분할 수 없자 원고에게 위 병원에 입원 치료할 것을 권유하였다.

(4) 그러나, 원고는 이를 거절하고 같은 달 28.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하여 같은 날, 같은 해 7. 3. 및 같은 달 10. 등 모두 3회에 걸쳐 세포검사를 받은 결과 암세포가 발견되지는 아니하였으나, 위 병원으로부터 자궁경부원추절제 조직검사(세포검사는 광범위한 부위를 솔 따위로 긁어내어 세포를 채취한 후 검사하는 방법이고, 조직검사는 의심 있는 특정 부위의 조직을 절취하여 자세히 검사하는 방법으로 통상 세포검사는 표본의 질, 판독의사의 주관 등에 의해 결과가 다를 수도 있어 대개의 경우 결과에 이상이 있으면 재검을 하고 조직검사로 확진하는 것이 원칙이다.)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고도 이를 거절하였다.

(5) 그 후 원고는 같은 해 11. 27. 다시 위 유광사 산부인과에 내원하여 자궁경부암 여부에 대한 진료를 의뢰하였고, 이에 위 유광사가 위 이원임상검사센타에 다시 조직검사를 의뢰한 결과 자궁경부암임이 확인되자 위와 같이 암치료를 위한 수술을 받게 되었다.

(6) 그리하여 원고는 같은 해 12. 26. 피고에 대하여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고, 이에 피고는 1997. 1.경 위 유광사 산부인과병원에 진료기록을 요구하는 등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결과 원고에게 그와 같은 전력이 있음을 확인하고 같은 달 21.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고지하고 이어 같은 달 23.에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무효로 하거나 취소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하여, 그 무렵 그 서면이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7) 한편, 원고는 남편인 소외 이용수의 월수입만으로 생활하여 왔는데, 1996년 당시 위 이용수의 월수입은 약 금4,500,000원 정도였고, 슬하에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3학년에 각 재학중인 자녀를 두고 있었는데도, 원고 또는 위 이용수는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세포검사결과 정상이라는 진단을 마지막으로 받은 날 다음날인 1996. 7. 11.에만 별지 2. 기재와 같이 피고 회사 등 5개 보험회사와 원고를 피보험자로 한 암질환 관련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등 1개월 남짓의 기간 동안 별지 2. 기재와 같이 피고 회사를 포함하여 모두 10개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매월 보험료로만 금 939,570원(91,450원+848,120원)을 불입하고 있었다.

(8) 한편, 피고 회사의 약관에 의하면, 피보험자가 계약일로부터 과거 5년 이내에 암으로 진단확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계약을 무효로 하고(제8조 제1항),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청약일 이전에 암의 진단확정을 받은 후 이를 숨기고 가입한 것이 증명된 경우에는 책임개시일로부터 5년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으며(제17조), 또한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보험계약 청약시 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실을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야 하는 고지의무를 부담하고,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이에 위반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보험금지급사유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유를 고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보험금지급사유 발생여부에 관계 없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또는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 이내에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제16조) 규정되어 있다.

나. 판단

(1)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이미 자궁경부암을 앓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속이고 피고 회사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고 회사의 약관 제8조 제1항에 해당하여 무효이거나 피고 회사가 그 약관 제17조에 의하여 취소권을 행사함에 따라 소급적으로 무효로 되었다 할 것이다.

(2)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인보험 계약에 있어 피보험자의 건강상태는 상법이나 피고 회사 약관 소정의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특히 암질환의 경우 의사가 환자의 정신적 동요를 막기 위하여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숨기고 비교적 가벼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처럼 알려줌으로써 환자가 그의 병명을 알지 못하는 것이 통례임에 비추어 암질환에 관련된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의 입퇴원 경력이나 수진사실은 알려야 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 할 것인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소외 유광사로부터 조직검사 결과 자궁경부암의 판정이 나왔다는 사실(적어도 암초기의 직전 단계인 "class Ⅳ"에 해당하여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춘 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인바, 이는 상법 제651조 및 피고 회사 약관 제16조 소정의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위 1997. 1. 21.자 지급거절의 의사표시 또는 같은 달 23.자 무효 또는 취소의 통지는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해지의 의사표시를 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고가 위 사실을 안 1997. 1.경으로부터 1월이 경과하기 전에 위와 같이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고 그 의사표시가 원고에게 도달함으로 인하여 적법히 해지되었다 할 것이니, 같은 취지의 피고의 항변은 결국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7. 12. 22.

재판장 판사 나종태
       판사 홍준호
       판사 이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