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1998. 1. 23. 선고 97다42601 판결 【손해배상(자)등】 

【참조조문】
민법 제104조

【전 문】
【원고, 상고인】 신광호 (소송대리인 변호사 홍성만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국제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혁진)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7. 8. 27. 선고 97나279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다음과 같은 주장, 즉 원고는 병원에서 퇴원한 직후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피고 회사 보상과 직원의 감언이설에 속아 당장의 생계를 우려한 나머지 경솔하게 피고 회사와 합의하였다는 점 및 합의금 425,620원이 이 사건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에 비추어 볼 때 터무니 없이 적은 액수라는 점 등에 비추어 위 합의는 민법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주장에 대하여, 원고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피고 회사와 합의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증인 박명석의 일부 증언은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평소 지능이 낮아 사물을 변별하는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약 4주 간의 치료를 요하는 두개골골절상 등을 입고 입원하여 치료를 받다가 퇴원하게 된 이틀 후에 바로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합의를 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위 사고로 인한 손해가 상당한데도 그 합의금으로 위 금 425,620원만을 받고 일체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한 사실 등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한 위의 합의는 원고의 경솔, 궁박, 무경험 상태에서 이루어진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합의가 불공정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민법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 법률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형선(재판장) 정귀호(주심) 박준서 이용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