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고등법원 2000. 12. 20. 선고 2000나3925 판결 【보험금】

【전 문】
【원고,항소인겸 피항소인】 최○규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영주)
【피고,피항소인겸 항소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재복)
【변론종결】 2000. 10. 25.
【제1심판결】 대전지방법원 2000. 7. 12. 선고 2000가합2577 판결
【상고심판결】 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다6312 판결
【주 문】
1.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에게 55,170,000원 및 그 중 16,520,000원에 대하여 2000. 4. 4.부터 2000. 7. 12.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나머지 38,650,000원 에 대하여 2000. 4. 4.부터 2000. 12. 2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3. 제1항의 금원 지급을 명한 부분 중 제1심에서 가집행이 선고되지 아니한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55,17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원고 : 제1심 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8,65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 :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이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4호증, 갑 제5호증의 1, 2, 을 제1 내지 3, 6 내지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1999. 8. 19.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소외 최인출로부터 매수하여 운행중이던 경남 06라5859호 22.5톤 화물트럭(이하 이 사건 트럭이라 한다)에 관하여 보험기간을 1999. 8. 19.부터 2000. 8. 19.까지로, 보험가액과 보험금액을 98,867,000원으로, 피보험자를 원고로 하여 피보험자동차의 도난 등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여 주는 자기차량손해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1999. 9. 21. 이 사건 트럭을 충남 당진군 송악면 기지시리 소재 동진장 여관 부근 공터에 주차시켜 놓았다가 그 무렵부터 1999. 10. 1. 사이에 도난당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험사고라 한다).

다. 이 사건 트럭은 삼성상용차 주식회사가 수입하여 판매한 370마력의 1997년 11월식 22.5톤 덤프트럭으로 길이 8.727ｍ, 너비 2.495ｍ, 높이 3.280ｍ의 재원이다.

라. 피고는 2000. 3. 9. 원고의 채권자로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소외 삼성상용차 주식회사에게 35,700,000원을 지급하였고, 2000. 3. 10. 원고에게 7,800,000원을 지급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청구원인 및 이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에 따르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당사자 사이에 보험가액을 98,867,000원으로 정하여 합의를 한 상법 제670조 소정의 기평가보험인 사실 및 약정된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보험자인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고발생시의 가액으로 추정되는 위 약정 보험가액에 따른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증권에 기재된 자기차량보험금액 98,670,000원은 보험료를 정하기 위한 기준일 뿐이고, 보험가액을 98,670,000원으로 정하여 합의한 것이 아니어서 이 사건 보험계약은 기평가보험이 아니라는 취지로 다투나, 위에 든 각 증거 및 위 보험금액을 기초로 보험료를 지급받는 현실에 비추어, 일부손해의 경우에는 위 보험금액을 한도로 하는 미평가보험이라 할 것이나, 전부손해의 경우에는 위 보험금액을 보험가액으로 정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의 항변 및 이에 대한 판단

(1) 피고는,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 피고가 이 사건 트럭의 사고발생시 가액을 43,500,000원으로 결정한 다음, 위 1. 라.항 기재와 같이 원고의 채권자인 삼성상용차 주식회사에게 전부금 35,700,000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금 7,800,000원을 원고에게 지급함에 있어 원고가 이의를 유보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으므로 원고는 피고의 위 결정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이건 보험금 청구는 신의칙 내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여 이유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피고의 위 전부금 지급이나 위 금원의 지급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실만으로써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가액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위 보험금 상당액의 지급결정에 대하여 원고가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원고가 동의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며, 원고가 위 결정에 동의한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원고의 이 사건 보험금 청구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이른바 기평가보험이라고 하더라도 위 보험가액은 보험사고발생시의 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하므로 업무용자동차종합보험약관 47조 및 상법 제670조 단서의 규정에 따라 사고발생시의 가액을 보험가액으로 해야 한다고 항변한다.
이른바 기평가보험은 피보험이익의 가액이 때때로 변하는 것이어서 이를 사후에 평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당사자 사이에 분쟁을 일으킬 염려가 있어 보험가액 평가의 곤란을 제거하고 보험가액의 입증을 쉽게 하여 피보험자에 대한 신속한 보상을 가능토록 함으로써 보험의 경제적 기능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기 위하여 당사자간의 협정으로 미리 보험가액을 평가하여 두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인정되는 제도이다.

물론 약정 보험가액이 사고발생시의 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한 때에는 약정 보험가액을 무시하고 미평가보험과 같이 사고발생시의 가액을 보험가액으로 할 것이나, "현저하게" 초과하는지의 여부는 객관적인 표준에 의한 거래의 통념에 따라 결정할 문제로서, 약정 보험가액을 결정함에 있어 보험자가 보다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어 그 가액의 결정에 주도적인 지위에 있고, 나아가 약정 보험가액을 기초로 보험료를 받는 현실에 비추어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1999. 8. 19.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트럭에 관하여보험가액을 98,670,000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2달이 채 지나지 않은 1999. 9. 21. 무렵부터 1999. 10. 1. 사이에 도난당하여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는바, 갑 제5호증의 1, 2, 을 제4호증의 1, 2, 을 제5호증, 을 제9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보험개발원이 정한 차량기준가액표에 이 사건 트럭과 동종의 차량은 차량가액이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 이 사건 보험사고 당시인 1999년 4/4분기 차량기준가액표에는 1997년식 21.5톤 아시아덤프트럭 21.5TDF가 55,600,000원, 1997년식 21.5톤 쌍용덤프트럭 DTG020LD가 66,090,000원, 1997년식 21.5톤 대우볼보덤프트럭 GTZ46TD가 60,020,000원, 1997년식 21.5톤 아시아덤프트럭 AM1100이 59,610,000원으로 정하여져 있는 사실 및 사단법인 한국물가협회에서는 이 사건 트럭과 동종의 중고차량 매매가격이 중등품 43,500,000원이라고 평가한 사실은 이를 인정할 수 있으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보험회사인 피고는 이 사건 트럭 및 동종, 유사 차량에 대한 보험가액 평가자료를 확보하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위에서 본 유사차량에 대한 기준가액이나 동종 차량에 대한 중고차시세는 일반적, 평균적인 평가일 뿐 이 사건 트럭 자체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될 수 없는 점, 위 약정 보험가액을 기초로 보험료를 받은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애초에 이 사건 트럭의 보험가액이 초과 보험에 해당하였다거나, 체결 당시에는 적정하였으나 보험계약 체결 후 사고 발생시까지 사이에 이 사건 트럭의 보험가액이 현저하게 낮아져서 위 약정 보험가액이 보험사고 발생시의 가액을 현저히 초과하게 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사고발생시의 가액으로 추정되는 약정가액 98,670,000원에서 원고와 원고의 전부채권자에게 이미 지급한 위 1. 라.항 기재의 43,50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55,17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다만 그 지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항쟁은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그 지연손해금은 위 금원 중 제1심이 인용한 16,520,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보험사고 발생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00. 4. 4.부터 제1심 판결선고일인 2000. 7. 12.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당심에서 추가로 인용한 38,650,000원에 대하여는 위 2000. 4. 4.부터 이 사건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00. 12. 20.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피고의 항소를 일부씩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고,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피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진현(재판장) 이성철 설범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