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00. 11. 10. 선고 99다26764 , 99다26771(반소)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보험금】

【전 문】
【원고(반소피고),피상고인】 대한보증보험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외 5인)
【피고(반소원고),상고인】 한미리스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미래 담당변호사 박장우외 3인)
【원심판결】 서울지방법원 1999. 3. 26. 선고 98나59773 98나59780(반소)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원심사실 인정

가. 설비, 기계 시설대여업자인 피고는 1996. 10. 14. 주식회사 동광(이 다음부터는 소외 동광이라고 한다)과 사이에 소외 동광이 선정한 물건을 취득원가 12억원을 한도로 구입하여 리스물건수령증서 발급일로부터 60개월 동안 시설대여(리스) 하기로 하는 내용의 시설대여(리스)계약(이 다음부터는 이 사건 리스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는, 소외 동광이 이 사건 리스계약에 따라 바로자동화라는 상호의 자동제어시스템제조업체를 경영하는 소외 김홍식을 리스물건공급자로, 패널자동적재시스템 8세트(이 다음부터는 이 사건 리스물건이라고 한다)를 리스할 물건으로 각 지정하자, 1997. 1. 13. 김홍식과 사이에, 발주물건은 이 사건 리스물건, 대금은 1억7천만원, 인도장소는 구미시 공단동 276 소재 소외 동광의 구미공장, 인도기한은 1997. 2. 28., 대금지급은 계약금 6,800만원, 중도금 6,800만원, 잔금 3,400만원으로 나누어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주문서를 피고가 김홍식에게 교부하고, 김홍식이 그 주문서와 같은 내용의 주문수락서를 피고에게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리스물건을 제작, 설치하기로 하는 발주계약(이 다음부터는 이 사건 발주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또한 피고와 김홍식은, 김홍식(리스물건공급자)이 이 사건 리스물건을 인도장소에 인도(설치)한 후 소외 동광(리스이용자)으로부터 물건의 수량, 사양, 규격, 기능, 성능 등이 완전하다고 인정하는 리스물건수령증서를 발급받아 오면 피고가 물건대금을 지급하고, 김홍식의 의무이행을 보증하기 위하여 김홍식이 피고로부터 계약금 또는 중도금을 지급받은 때에는 그 지급받은 금원에 대한 계약이행보증금을 피고에게 제공하였다가 피고가 리스물건수령증서를 접수하고 물건대금의 잔금을 지급하면서 다시 이를 김홍식에게 반환하기로 하되, 그 기간 중의 이자는 지급하지 않기로 약정하여 이 사건 발주계약의 내용으로 포함시켰다.

라. 김홍식은 1997. 1. 17. 보증보험회사인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발주계약으로 정한 계약금 6,800만원에 대한 계약이행보증금의 제공에 갈음하기 위하여 피보험자는 피고, 보험가입금액은 6,800만원, 보험기간은 1997. 1. 17.부터 1997. 2. 28.까지 43일간, 보증내용은 선금급지급보증{첨부된 위 주문서의 특약사항 제2조 계약금(6,800만원)을 담보함}으로 한 이행(선금급)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발행일자 1997. 1. 17.의 이행(선금급)보증보험증권(증권번호 132-026-199700005014)을 발급받아 피고에게 교부하면서 위 계약금 지급을 청구하였고, 이에 피고는 1997. 1. 20. 위 김홍식에게 이 사건 리스물건 대금 중 계약금 6,800만원을 지급하였다.

마. 김홍식은 다시, 1997. 1. 29. 이 사건 발주계약으로 정한 중도금 6,800만원에 대한 계약이행보증금의 제공에 갈음하기 위하여, 원고와 사이에 피보험자는 피고, 보험가입금액은 6,800만원, 보험기간은 1997. 1. 28.부터 1997. 2. 28.까지 32일간, 보증내용은 선금급지급보증, 특기사항은 첨부된 그 주문서의 제2조 중도금 중 1997. 1. 29.에 지급예정인 중도금만 담보하는 것으로 한 이행(선금급)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발행일자 1997. 1. 29.의 이행(선금급)보증보험증권(증권번호 제120-026-199700005117)을 발급받아 피고에게 교부하면서 위 중도금의 지급을 청구하였고, 이에 피고는 1997. 1. 30. 위 김홍식에게 이 사건 리스물건 대금 중 중도금 6,800만원을 지급하였다.

바. 소외 동광은 1997. 2. 10.경 김홍식으로부터 이 사건 리스물건 중 1세트를 납품받았을 뿐, 나머지 7세트는 아직 제작도 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1997. 2. 27. "김홍식으로부터 이 사건 리스물건을 전부 인수하였으니, 김홍식에게 위 리스물건 대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허위 리스물건수령증서(인수증)를 발급하였고, 이에 피고는 1997. 2. 27. 그 리스물건수령증서를 제출하는 김홍식의 청구에 따라 소외 동광의 구미공장에 이 사건 리스물건이 실제로 제작, 설치되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리스물건 대금 중 잔금 3,400만원을 지급하였다.

사. 피고는 1997. 3. 17.경 위와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 위 김홍식에게 이 사건 발주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는 한편, 이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이미 지급된 이 사건 리스물건 대금의 반환을 요구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가 소외 동광과 체결한 이 사건 리스계약에 따라 김홍식과 사이에 별도로 이 사건 발주계약을 체결하면서, 만약 김홍식이 계약금 및 중도금의 선급금을 지급받고 장차 이 사건 리스물건을 제작하여 소외 동광에게 인도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리스기간이 개시되지 않아서 피고로서는 이 사건 리스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면서도 선급금을 상실할 위험만을 부담하게 되므로, 그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소외 동광에 의한 리스물건수령증서의 발급(리스계약의 특성상 리스물건이 인도되기 전이라도 이 때부터 이 사건 리스계약의 리스기간이 개시되고 리스이용자의 리스이용료 지급의무도 발생하게 된다) 및 피고에 의한 잔금 지급이 있을 때까지의 기간 동안에 김홍식으로 하여금 지급받은 계약금 및 중도금에 대한 계약이행보증금을 피고에게 제공하게 하고, 그 기간 동안 계약해제 등의 사정으로 이 사건 발주계약에 따른 김홍식에 대한 채권이 발생하는 경우에 계약이행보증금을 그 채권에 대한 변제에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약정하였으며, 김홍식은 위 기간 동안에 위 계약이행보증금을 현실적으로 제공하는 대신에 이에 대한 보증으로 예정된 각 선급금 및 잔금 지급일 사이의 기간에 맞추어 보험기간을 정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 전액을 보험가입금액으로 한 이 사건 각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그 보험증권을 피고에게 교부하였던 것이라고 할 것인데, 그 후 소외 동광에 의한 리스물건수령증서의 발급이 이루어져 이 사건 리스계약의 리스기간이 개시되고 피고에 의한 잔금 지급도 이루어진 이상, 위 김홍식은 더 이상 피고에 대하여 위 계약이행보증금을 제공할 의무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계약이행보증금 제공의무를 보증하기 위한 이 사건 각 보증보험도 보험기간내에 보험사고가 발생함이 없이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 밖에 위 김홍식이 이 사건 리스물건을 실제로 제작, 설치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발주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위 계약금과 중도금을 포함한 매매대금의 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의무는 이 사건 각 보증보험에 의하여 담보되는 것이 아니어서, 원고로서는 피고에게 반환되어야 할 매매대금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3. 상고이유의 판단

가. 제1점에 관하여

기록에 따르니, 피고와 김홍식은 이 사건 발주계약의 특약사항 제4조에 의하여 김홍식은 발주계약상의 자신의 채무의 이행을 보증하기 위하여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계약금과 중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약이행보증금으로 피고에게 제공하기로 하며, 피고는 발주계약에 의하여 발생되는 피고의 김홍식에 대한 모든 채권을 회수하기 위하여 그 계약이행보증금을 변제에 충당할 수 있기로 약정한 사실, 이 사건 각 보증보험은 바로 김홍식이 위와 같은 발주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피고에게 그 계약금과 중도금을 반환하여야 할 경우 이를 보증하는 것인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 특약사항 제4조의 '계약이행보증금은 피고가 물건수령증서를 접수하고 물건대금의 잔금 지급시 김홍식에게 반환하기로 한다'는 구절은, 김홍식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리스물건을 실제로 제작하여 소외 동광의 공장에 설치할 채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면서 물건수령증서가 접수되면 일응 리스물건이 공급된 것으로 추정하여 물건대금의 잔금을 지급하고 계약이행보증금을 김홍식에게 반환하기로 한다는 취지이지, 소외 동광이 허위로 리스물건수령증서를 발급한 경우에도 김홍식의 피고에 대한 채무가 모두 이행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해석함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다른 견해에서 나아온 원심의 판단에는 계약이행보증금의 반환시기 내지 이 사건 각 보증보험에 의하여 담보되는 위험에 관한 약관을 잘못 해석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옳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나. 제2점에 관하여

보험사고란 보험계약에서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책임을 구체화하는 불확정한 사고를 의미하는 것인 바, 이 사건 리스선금급 보증보험계약에서 보험사고가 무엇인지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으로 계약내용에 편입된 보험약관과 보험약관이 인용하고 있는 보험증권 및 주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다19666 판결, 2000. 3. 24. 선고 98다25177 판결 들 참조).

앞서 본 사실관계에 따르니, 이 사건 각 보증보험은 채무자(리스물건공급자)이며 보험계약자인 김홍식이 보험증권에 기재된 계약(주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인 채권자(피고)가 반환받아야 할 선금을 보험증권에 기재된 사항과 약관에 따라 보상하여 주기로 한 보험이고(보통약관 제1조), 이 사건 각 주계약의 이행기와 이 사건 각 보험기간의 종기가 일치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바, 만일 이와 같은 사실관계아래에서 주계약의 해제시에 비로소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면, 주계약의 이행기 전에 이행거절 등으로 이행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히 드러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사고가 거의 보험기간 종료 후에 발생하게 되어 원천적으로 이 사건 각 보증보험에 의하여 담보되는 위험이 거의 없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하고, 또한 이 사건 보험약관과 보험증권과 주계약에서 보험금청구의 요건으로 주계약의 해제를 요구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각 보증보험에 있어 주계약의 해제시가 아니라 주계약에서 정한 채무의 불이행시에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견해를 달리 한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사고 발생시기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사실오인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어서, 그 점을 지적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옳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조무제(주심) 이용우 이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