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2003. 5. 14. 선고 2001나71165 판결 【대여금】

【전 문】
【원고, 피항소인】 이종필(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석조)
【피고, 항소인】 용태중외 2인(소송대리인 서정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병옥외 1인)
【제1심 판결】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2001. 10. 26 선고 2001가합4385 판결
【상고심 판결】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다29463 판결
【변론종결】 2003.4.2.
【주 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2.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원고에게, 피고 용태중은 금 128,571,430원, 피고 박철원, 박재원은 각 금 85,714,285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갑 제1호증 내지 갑 제5호증, 을 제1, 2호증, 을 제4호증 내지 을 제6호증, 을 제12호증 내지 을 제14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민재기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반증이 없다.

가. 소외 박광소는 원고로부터 1998. 8.경 금 150,000,000원을, 1998. 9.경 금 100,000,000원을 각 차용하였고, 1999. 11. 20.경 원고와 사이에 위 원금의 합계액에 이자를 덧붙여서 2000. 6. 30.까지 금 300,000,000원을 변제하기로 약정하였다.

나. 피고 박철원은 2000. 12. 6.경 엘지(LG)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와 사이에 피보험자동차를 서울4어7304호 엘란트라자동차, 피보험자를 그의 부(부)인 위 박광소, 보험기간을 2000. 12. 7.부터 2001. 12. 6.까지로 하는 플러스개인용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자동차보험에는 그 담보내용으로 대인배상Ⅰ, 대인배상Ⅱ, 대물배상, 자동차상해, 무보험차상해, 자기차량손해 등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중 자동차상해보험은 그 보험가입금액이 1 사고당 무한이되 사망의 경우는 1인당 금 200,000,000원, 부상의 경우는 1인당 금 20,000,000원, 후유장애의 경우는 1인당 금 200,000,000원을 각 한도로 하기로 되어 있었다.

다. 위 박광소는 2001. 3. 10. 위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라. 피고들은 2001. 3. 21. 위 박광소의 상속인의 지위에서 엘지(LG)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와 합의하여 위 자동차사고로 인한 위 플러스개인용자동차보험의 보험금으로 장례비 금 2,000,000원, 사망위자료 금 32,000,000원, 사망상실수입액 금 22,627,290원, 합계 금 56,627,290원을 지급받았다.

마. 피고들은 2001. 5. 7. 제1순위 상속인으로서 피상속인인 위 박광소의 재산상속을 포기하는 신고를 하였고, 서울가정법원은 2001. 5. 16. 위 신고를 수리하였다.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박광소는 원고에게 금 3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망 박광소의 재산상속인인 피고들은 원고에게 위 박광소의 채무 중 각 법정상속분에 따른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3. 항변에 관한 판단

가. 진의아닌 의사표시로서 무효 항변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1999. 11. 20. 작성돤 갑 제1호증 지불각서에는 '위 박광소가 원고에게 2000. 6. 30.까지 금 300,000,000원을 지급'하기로 기재되어 있으나 위 지불각서상의 금원은 위 박광소가 원고로부터 금원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원고의 위탁에 따라 주식투자 자금으로 받은 것이고, 위 박광소가 원고를 위하여 위 금원으로 주식투자를 하다가 손실을 입자 배상책임이 없는 투자금의 손실에 대하여 윤리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위 지불각서를 작성한 것이지 법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에서 작성한 것이 아니므로, 위 박광소가 한 위 지불각서상의 의사표시는 진의아닌 의사표시이고 상대방인 원고도 그 진의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무효라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을 제7호증 내지 을 제11호증, 을 제15호증의 1 내지 4, 을 제16호증의 1 내지 3, 을 제17호증, 을 제 18호증의 1 내지 4의 기재만으로는 위 박광소가 원고로부터 주식투자금으로 위 금원을 수령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갑 제1호증 지불각서가 위 박광소와 원고 사이에 단지 도의적인 책임만을 확인하는 의미로 작성되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들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상속포기 항변

피고들은, 위 망 박광소의 재산상속을 포기하였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은 2001. 5. 7. 위 박광소의 제1순위 상속인으로서 피상속인인 위 망 박광소의 재산상속을 포기하는 신고를 하였고 서울가정법원은 2001. 5. 16. 위 신고를 수리한 사실을 알 수 있어, 피고들은 위 박광소의 이 사건 대여금 채무를 승계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들이 2001. 3. 21. 위 망 박광소의 상속인의 지위에서 엘지(LG)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와 합의하여 위 자동차사고로 인한 위 플러스개인용자동차보험 중 자동차상해의 보험금으로 금 56,627,290원을 지급받았는데, 위 보험금 수령권은 상속재산에 속하는 것이고 피고들이 이를 수령하였으므로 이는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의하여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하여 처분행위를 한 때'에 해당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게 되는 것이므로 그 후인 2001. 5. 7.에 한 위 상속포기 신고는 그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위 플러스개인용자동차보험 중 자동차상해보험의 보험금청구권이 상속재산에 속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위 플러스개인용자동차보험약관(을 제6호증)의 자동차상해에 관한 규정 중 보험금청구와 지급에 관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상해
32. (회사의 지급책임) 회사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을 때에 이 약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37.(보험금의 청구와 지급) 1. 피보험자가 이 약관 32.의 손해를 입은 때에는 피보험자는 배상의무자에 대하여 지체없이 서면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후, 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때에는 다음의 서면 또는 증거를 제출하여야 합니다.
〈별표〉의 보험금 지급기준 중 4. 자동차상해
피보험자에게 회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은 이 기준에 따라 산출한 금액으로 합니다.
가. 사망 보험가입금액의 한도 내에서 다음 금액
장례비, 위자료, 상실수익액 각 항목별 지급기준을 정하면서 2. 위자료항목에서 가. 사망자 본인 및 유족의 위자료나.지급기준 중 (1) 청구권자의 범위 : 피해자의 부모,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 동거중인 시부모와 장인장모, (2) 청구권자별 지급기준액

자동차상해보험(‘자기신체사고보험’ 또는 ‘자손사고보험’이라고도 한다)은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을 때에 약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는 것으로서 인보험의 일종(대법원 2001. 9. 7. 선고 2000다21833 판결, 1998. 12. 22. 선고 98다35730 판결, 1998. 4. 28. 선고 98다4330 판결 등 참조)으로, 상해의 결과 사망에 이른 경우 생명보험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자동차상해보험의 보험계약자는 피고 박철원이고, 피보험자는 위 박광소이나 보험수익자는 지정되어 있지 않으며(을 제12호증, 을 제13호증, 을 제1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자동차보험청약서, 자동차보험증권, 자동차보험가입증명서상에 보험수익자 란이 별도로 없다), 당시 시행되던 엘지(LG)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의 개인용자동차종합보험약관(을 제3호증의 1, 2) 제35조는 자기신체사고에 대한 보험금과 관련하여, 제1항에서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은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하였을 때에는 보험증권에 기재된 사망보험가입금액을 피보험자의 상속인에게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보험 약관은 사망의 경우 보험금청구권자나 그 지급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정함이 없으므로, 결국 상법의 인보험 장의 조항들이 적용되어 그 규정에 따라서 그 보험수익자를 확정하여야 할 것이다.

상법 제733조의 규정에 의하면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의 지정권을 행사하기 전에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되는 것이므로, 피고들은 피보험자인 위 박광소의 상속인으로서 위 자동차상해보험의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는 위 상법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수익자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피보험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하여 맺은 생명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 사망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상속인이 가지는 보험금청구권은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를 상속재산이라 할 수 없다(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0다31502 판결, 2001. 12. 24. 선고 2001다65755 판결 참조)고 할 것인데, 생명보험에서 그 보험수익자를 지정하기 전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보험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상법 제733조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수익자를 정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 그와 같이 확정된 보험수익자의 보험금청구권의 법적 성격을 보험계약에서 명시적으로 보험수익자를 피보험자의 상속인으로 지정한 위 판결의 사안과는 달리 볼 아무런 이유가 없으므로, 피고들의 위 자동차상해보험 보험금청구권은 위 보험계약상의 권리로서 그들의 고유재산이어서 위 망 박광소의 상속재산은 아니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들이 위 자동차상해보험금을 수령한 행위는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법정단순승인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피고들의 위 상속포기 신고는 적법한 것이고, 따라서 피고들이 위 망 박광소의 채무를 상속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그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수안(재판장) 김정호 김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