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법 1999. 7. 29. 선고 99나19454 판결 【보험금】

【전 문】
【원고, 항소인】 전○순(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환권외 1인)
【피고, 피항소인】 1. 메트라이프생명보험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한기광), 2. 동양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원심판결】 인천지방법원 1999. 2. 19. 선고 98가합12986 판결
【상고심판결】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49064 판결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원고에게, ① 피고 메트라이프생명보험주식회사는 금 60,000,000원 및 위 금원 중 금 50,000,000원에 대하여는 1997. 11. 1.부터, 금 10,000,000원에 대하여는 1998. 9. 5.부터 각 이 사건 1999. 1. 28.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푼의, 그 다음날로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과 1998. 9. 5.부터 18년간 매년 9. 4. 금 10,000,000원씩을 각 지급하라. ② 피고 동양화재보험주식회사는 금 2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7. 11. 1.부터 위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 유】

1. 보험계약의 체결 및 보험사고의 발생

가.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호증, 갑 제4호증의 1, 2, 갑 제7호증,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 을 제4호증의 8, 을 제10호증의 1, 2, 을 제11호증의 4, 을 제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1) 소외 노동민은 그의 처인 소외 망 김명희를 보험계약자로 하여 1997. 7. 9. 피고 메트라이프생명보험주식회사(원래는 코오롱메트생명보험주식회사였으나, 1998. 6. 1.상호가 변경되었다)와 사이에 별지목록 제1항 기재 생명보험계약 4구좌를, 같은 날 피고 동양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와 사이에 같은 목록 제2항 기재 생명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각 체결하고, 같은 날 피고들에게 제1회 보험료를 각 지급하였다.

(2) 그런데, 김명희는 같은 해 9. 7. 교통사고로 사망하였고, 그 재산상속인으로는 남편인 노동민과 친정 어머니인 원고가 있었다.

나.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은 보험수익자 중 1인인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들의 항변에 대한 판단

가. 그런데 피고들은, 노동민이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김명희를 살해하고 거액의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항변한다.

나. 그러므로 살피건대, 갑 제3호증, 갑 제5호증, 을 제4호증의 5, 8, 9, 을 제11호증의 2, 3, 5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노동민은 1996. 6. 14. 김명희와 재혼하고 동거하던 중, 1997. 2.경부터 경제사정이 악화되어 차용금 상환이 어렵게 된 사실, 이에 노동민은 김명희가 이미 가입한 보험 이외에 김명희를 피보험자로 하여 거액의 보험에 추가로 가입한 다음 김명희를 살해하고 보험사고로 위장하여 보험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은 사실, 노동민은 1997. 6. 초순경 과거 직장동료이던 소외 김만수에게 김명희를 살해할 청부업자를 구해 줄 것을 부탁하는 한편 교통사고로 사망하면 훨씬 많은 보험금이 지급되는 점에 착안하여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김명희를 살해하기로 서로 상의한 사실, 김만수는 같은 해 7. 초순경 노동민에게 살인 청부업자로 소외 김기풍을 소개하였고, 노동민은 같은 해 8. 초순경 김기풍과 사이에 살인의 대가로 금 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착수금 1,000만원을 우선 지급한 사실, 한편 노동민은 위와 같이 김기풍을 소개받은 이후 같은 해 7. 9. 김명희에게 알리지도 아니한 채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그런데, 노동민과 김기풍은 같은 해 8. 중순부터 김명희를 살해하려고 수 차례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여 오던 중, 같은 해 9. 4. 02 : 10경 노동민이 김기풍과 상호 모의하에 김명희를 인천 서구 불로동 313 소재 신명아파트 신축공사장 앞까지 데리고 나오자, 김기풍은 서울33아1556호 택시를 운전하여 위 공사장 앞 도로 우측 노견에 서 있던 김명희를 위 택시 우측 앞범퍼 및 전면 유리창 부분으로 충격함으로써 김명희로 하여금 두개골 골절 및 뇌출혈 등으로 인한 심폐정지로 그 자리에서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 노동민은 같은 해 9. 24. 피고 메트라이프생명보험주식회사에, 같은 해 10. 17. 피고 동양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에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들이 이를 거절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다. 무릇,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할 것이고(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다40522 판결 참조), 한편 대리인이 행한 법률행위가 반사회질서행위에 해당하는가 여부는 대리인을 표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본인이 그러한 사정을 몰랐거나 반사회성을 야기한 것이 아닌 경우라도 달리 볼 바 아니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45532 판결 참조).

라. 이와 같은 법리에 따라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 반사회질서행위에 해당하는가 여부를 살피건대, 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노동민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김명희를 살해하여 고의적으로 보험사고를 유발하고 거액의 보험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살인청부업자까지 구한 다음 피보험자인 김명희에게 알리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은 그 내용 자체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험금 편취라는 범죄행위의 한 수단으로 이용되었으므로 통상의 보험계약과 같이 그 이행을 법률적으로 강제하면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된다 할 것이어서 민법 제103조 소정의 반사회질서행위에 해당된다 할 것이고, ② 한편, 노동민이 스스로 보험계약자로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든, 김명희를 보험계약자로 하여 그 대리인으로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든 간에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반사회질서적 성질은 노동민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이상, 어느 경우라도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인정함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결국 피고들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9. 7. 29.

판사   이흥복(재판장) 이종석 이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