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2000. 5. 24. 선고 2000나777 판결 【보험금】 

【전 문】
【원고, 피항소인】 이규○ 외 1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학근)
【피고, 항소인】 태평양생명보험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국재)
【변론종결】 2000. 4. 19.
【제1심 판결】 서울지방법원 1999. 11. 9. 선고 99가합75662 판결
【상고심판결】 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0다31502 판결
【주 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2.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45,665,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제1호증의 1, 2, 갑제3호증 내지 갑제5호증의 9, 을제7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소외 최선자는 1997. 3.경부터 피고회사의 보험설계사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같은 해 7. 18.부터 같은 해 12. 9.까지 사이에 피고와 우리사랑연금보험 등 9건의 연금성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주피보험자를 자신으로, 보험수익자를 위 각 보험의 만기시에 자신이 생존하는 경우나 입원, 장애발생의 경우에는 자신으로, 자신이 사망하는 경우에는 상속인으로 각 지정하였다.

나. 최선자는 1998. 3. 9. 23:00경 성남시 중원구 중동 1644 소재 자신의 집에서 남편인 소외 이연종과 평소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귀가시간이 늦고 집안일을 소홀히 한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하다가 이연종이 휘두른 과도에 가슴을 찔려 같은 날 23:25경 심장자창상으로 사망하였다.

다. 원고들은 최선자와 이연종사이의 자녀들인데, 원고들의 외조모인 임부덕은 이연종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98느209호로 원고들에 대한 친권상실선고심판을 신청하여 위 지원은 1998. 10. 9. 이연종의 원고들에 대한 친권을 상실한다는 심판을 하였고, 이에 이연종이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 98브45호로 항고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9. 6. 23. 항고를 기각하여 그 무렵 확정되었다.

라. 원고들은 피고에게 최선자의 사망에 따라 위 각 보험계약에 기한 일시지급보험금으로 금 212,910,480원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위 금 212,910,480원 중 이연종의 상속지분(7분의 3)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그 지급을 거절하고 그 나머지인 원고들의 상속지분 합계(7분의 4)에 해당하는 금 121,663,131원(= 금 212,910,480원 × 4/7) 및 가산금, 해약환급금 등 합계 금 122,452,027원만을 지급하였다.

2. 피고의 면책여부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이 피고에게 위 일시지급보험금 중 미지급잔액인 이연종의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금원의 지급을 구함에 대하여, 피고는, 이연종이 위 각 보험계약에서 정한 수익자 중의 1인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상법 제659조 제1항과 위 각 보험계약에 관한 피고회사의 약관규정에 따라 위 각 보험계약에 기한 일시지급보험금 중 이연종의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면책되어 그 지급의무가 없다고 항변하고, 이에 원고들은, 최선자는 자신이 사망할 경우 위 각 보험계약의 수익자를 단지 자신의 재산상속인으로 각 지정하였는데 이는 자신의 사망시 받게될 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하여 상속인에게 지급하여달라는 취지이므로 위 각 보험계약에 의한 보험청구권은 상속재산에 속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의 법정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될 것이나, 이연종은 고의로 피상속인인 최선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상속결격자로서 최선자의 상속인이 되지 못하여 결국 최선자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인이나 위 각 보험계약상의 수익자는 당초부터 원고들뿐인 셈이 되므로, 피고는 위 미지급보험금에 대하여 면책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원고들에게 위 미지급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다툰다.

나. 인정사실

을제1호증의 1 내지 을제6호증의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각 보험계약에 관한 피고회사의 보험약관에는 피고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보험사고의 하나로 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가 규정되어 있고, 다만 그 수익자가 보험금의 일부 수익자인 경우에는 그 잔액을 다른 수익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다. 판단

(1) 살피건대, 상법이 보험통칙편인 제659조 제1항에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다시 인보험편인 제732조의 2에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결국 인보험의 경우에는 고의의 경우만이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제한되어 있다), 위 상법규정에 따라 위 각 보험계약의 기초가 된 피고회사의 보험약관에서는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 그 수익자가 지급받을 보험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잔액만을 가해자를 제외한 다른 수익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위 약관규정의 취지는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행한 자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보험계약에 관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고 또한 공익적 견지에서도 허용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보험의 특성인 보험사고의 우연성의 요구에도 반한다는 고려 외에도 도박보험의 위험성과 보험금목적으로 고의에 의한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2) 또한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연종은 민법 제1004조 제2호 소정의 고의로 피상속인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로서 결국 최선자의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고 할 것이나, 보험수익자는 인보험계약에서 보험금을 받기로 예정된 자를 말하는 것으로 보험계약의 특성상 별도로 수익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여도 당연히 그 계약상의 이익을 받으므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직접 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 기타 급여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외에 보험사고 발생 전에도 보험계약상 일정한 지위를 갖고 있으며, 보험계약 당시 사망의 경우의 보험수익자를 특정인으로 지정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과 같이 추상적으로 상속인이라고만 지정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수익자로 당시 예상되는 추정상속인을 지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피보험자의 사망시, 즉 보험금청구권 발생당시의 제1순위의 법정상속인들인 배우자와 직계비속들이 생존하고 있을 때에는 그들에게 보험금청구권을 귀속시킬 것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따라서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보험금청구권이 상속재산의 일부로서 상속되는 것은 아니다), 나중에 그들 중 일부가 상속결격자가 되거나 또는 상속을 포기한 경우 다른 공동상속인이나 제2순위 법정상속인이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하는 것까지 예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며, 또한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위 약관의 규정상 보험수익자라고 함은 일반적으로 보험급부의 예정대상자로 지정된 자를 가르키는 것일 뿐 반드시 보험사고 발생후의 현실의 수익자에 한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보험사고의 발생단계에서 보험수익자의 지위에 있으면 족하고 그 자가 반드시 피보험자의 사망 후에 현실적으로 보험수익자일 필요는 없다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위 각 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수익자는 당시 예상되는 추정상속인인 원고들과 이연종 모두를 가르키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 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각 보험계약상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추정상속인들 중 1인인 이연종이 피보험자인 최선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하게 하여 보험사고를 발생시켰으므로, 이는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위 약관규정상의 보험면책사유에 해당하여 보험자인 피고는 가해자인 이연종이 수익할 부분에 대하여는 그 지급을 면하고, 또한 그 면책된 부분이 나머지 보험수익자가 수익할 부분에 가산되는 것은 아니므로 나머지 보험수익자들인 원고들도 그 면책부분을 청구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의 위 면책항변은 이유있다 할 것이다.

(4) 이에 원고는, 피고회사가 최선자와 위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약관을 교부하거나 이 사건에서 피고가 주장하는 면책조항의 내용을 고지한 바 없으므로 그 면책조항을 위 각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므로 살피건대,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 사항의 변동 및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만일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는 것이나,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보험계약자가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약관이 바로 계약 내용이 되어 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므로 보험자로서는 보험계약자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할 것(대법원 1999. 3. 9. 선고 98다43342, 43359 판결 참조)인 바, 원고들 제출의 모든 증거들에 의하여도 원고들의 위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최선자는 피고회사의 보험설계사로 상당기간 종사하면서 오히려 다른 보험계약자들에게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대한 명시·설명하면서 보험가입을 권유하거나 보험자인 피고회사를 위하여 보험계약체결을 중개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으므로 위 각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여 피고로서는 보험계약자인 최선자에게 약관상 위 면책조항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없이 이유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 바,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은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고현철(재판장) 임종헌 한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