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2003. 3. 12. 선고 2002나51137 판결 【보험금】

【전 문】
【원고, 항소인】 윤애용외 3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상대)
【피고, 피항소인】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외 1(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김정은외 2인)
【제1심 판결】 서울지방법원 2002. 8. 20. 선고 2001가합53429 판결
【상고심 판결】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3다18494 판결(파기환송)
【변론종결】 2003.2.26.
【주 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동양화재라고만 한다)는 원고 윤애용에게 33,333,333원, 원고 이진수, 이영수, 이명수에게 각 22,222,222원, 피고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동부화재라고만 한다)는 원고 윤애용에게 16,666,666원, 원고 이진수, 이영수, 이명수에게 각 11,111,111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01. 1. 14.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 3호증, 갑 제4호증의 1, 2, 갑 제7호증의 1 내지 9, 갑 제10호증의 1 내지 7, 을가 제1호증, 을가 제2호증의 1, 2, 을가 제3, 4, 7호증, 을나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법원의 금융감독원장,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대표이사,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 대표이사,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 대표이사, 우체국장,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보험계약의 체결

망 이치연은 1999. 12. 29. 피고 동양화재와 사이에 보험기간은 1999. 12. 29. 16:00부터 2009. 12. 29. 16:00까지, 피보험자는 망인, 사망보험금 수익자는 법정상속인, 납입보험료는 월 50,500원, 보험료 납입방법은 10년간 120회, 교통사고로 사망하였을때의 보험금은 1억 원(주말에 교통사고로 사망하였을때의 보험금은 2억 5,000만 원)으로 하는 내용의 올카바운전자(Ⅱ)보험계약(별지 보험목록 순번 3. 보험)을, 2000. 7. 5. 피고 동부화재와 사이에 보험기간은 2000. 7. 5. 16:00부터 2010. 7. 5. 16:00까지, 피보험자는 망인, 사망보험금 수익자는 법정상속인, 납입보험료는 월 44,610원, 보험료 납입방법은 10년간 120회, 주말에 교통사고로 사망하였을때의 보험금은 5,000만 원으로 하는 내용의 슈퍼운전자보험계약(별지 보험목록 순번 4. 보험)을 각 체결하였다.

나. 보험사고의 발생

망인은 일요일인 2001. 1. 14. 23:00경 망인 소유의 경기 93고 4518호 1톤 포터 화물차량을 운전하여 안성시 미양면 신계리 소재 폭 4.6m의 농로를 경부고속도로 방향에서 신계리 방향으로 진행하던 중 위 고속도로 지하에 설치된 통로에 진입하기 위하여 좌회전하다가 위 차량의 전면으로 위 통로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콘크리트옹벽을 들이받는 사고로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다. 원고들의 지위

원고 윤애용은 망인의 배우자, 원고 이진수, 이영수, 이명수는 망인의 아들들이다.

라. 보험계약의 해지통보

(1) 이 사건 각 보험약관 제6조에는 계약을 맺을 때에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대리인은 청약서(질문서를 포함)의 기재사항에 관하여 아는 사실을 빠짐없이 그대로 회사에 알려야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제16조에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대리인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청약서의 기재사항에 관하여 사실대로 알리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보험회사는 손해발생의 전후를 불문하고 그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나 보험회사가 그 사실을 안 때부터 1개월이 지났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할 때에는 해지할 수 없으며 보험계약의 해지가 손해발생 후에 이루어진 경우 보험회사는 그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2) 이 사건 각 보험의 청약서에는 보험계약자가 알릴 사항의 하나로서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를 기재하도록 하는 별도의 질문표를 마련해 두고 있다.

(3) 망인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후에 이 사건 각 보험계약과는 별도로 이 사건 각 보험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별지 보험목록 기재 순번 1, 2, 5 내지 25와 같은 내용의 보험에 가입하고도 이 사건 각 보험청약서의 질문란에 다른 보험계약의 체결사실을 기재하지도 않았고 피고들에게 위와 같은 다른 보험계약의 체결사실을 알리지 아니하였다.

(4) 피고들은 이 사건 사고 직후 원고들로부터 이 사건 각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받자 함께 카스코화재해상손해사정 주식회사에 손해사정을 의뢰하였는데 2001. 3. 29.경 위 사정회사로부터 망인이 이 사건 각 보험 외에도 이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위와 같은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받아 검토한 후 피고 동양화재는 2001. 4. 21.에, 피고 동부화재는 2001. 4. 19.에 원고들에게 망인이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를 보험회사에 알리지 아니하였다는 사유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통보서를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였고 그시경 위 각 우편이 원고들에게 도착되었다.

2. 당사자의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이에 원고들은 피고들에 대하여 그 상속분에 따라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서 정한 각 보험금의 지급을 구함에 대하여, 피고들은 망인이 상법 제651조와 위 각 보험약관 제6조에 따른 고지의무 및 상법 제652조 제1항에 따른 통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사유로 위 각 상법규정 및 위 각 보험약관 제16조에 의하여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였으므로 상법 제655조 및 위 각 보험약관 제16조에 따라 원고들에게 위 각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다툰다.

나. 고지, 통지의무의 위반 여부

(1)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가 고지 또는 통지할 사항인지 여부

(가) 고지의무의 대상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보험청약서에는 다른 보험의 가입사실을 기재하도록 하는 질문표를 마련해 두고 있고, 이와 같이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상법 제651조의2에 의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651조상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보험청약서에는 다른 보험의 가입사실을 기재하도록 하는 질문표를 두고 있지만 다른 보험의 가입사실은 보험자들 사이에 구축되어 있는 보험전산망에 의하여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위 질문표는 단지 참조사항에 불과하고 다른 보험에 가입했다고 하여 반드시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이 증가되는 것은 아니어서 피고들이 다른 보험의 가입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보험료를 증액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므로 위 상법 제651조의2에 의한 추정은 깨어져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는 상법 제651조에 따른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도 아니고 위 각 보험약관 제6조에 따른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므로, 과연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가에 관하여 살핀다.

고지의무란,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자기가 인수하는 위험의 크기를 판정하여 그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 내지 그 보험계약의 조건을 결정하게 되는데, 위험의 측정자료는 통상적으로 보험계약자측의 지배권내에 있어서 보험자가 이를 조사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보험계약자측에 그 협력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상법 제651조상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말하고, 어떠한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동일한 위험을 담보하는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동일한 조건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가입한 보험의 개수, 보험계약자의 월 수입에 대비한 월 보험료액, 보험사고시 보험수익자가 받을 수 있는 추정 보험금액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갑 제5호증, 갑 제6호증의 1, 2, 갑 제10호증의 1 내지 7, 을가 제3, 4, 7호증, 을나 제3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법원의 금융감독원장,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대표이사,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 대표이사,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 대표이사, 우체국장,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망인은 피고 동양화재와 위 올카바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한 1999. 12. 29. 당시 이미 위 보험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별지 보험목록 순번 1, 2, 8 내지 12, 20, 21 기재와 같은 9건의 보험(최고보험금액 합계 829,817,000원, 월 보험료 합계 522,390원, 일시납 보험료 1,087,900원)에 가입하고 있었으며, 망인이 피고 동부화재와 위 슈퍼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한 2000. 7. 5. 당시 위 보험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별지 보험목록 순번 1 내지 3, 5 내지 15, 19 내지 25 기재와 같은 21건의 보험(최고보험금액 합계 1,638,717,000원, 월 보험료 합계 1,344,410원, 일시납 보험료 1,416,610원)에 가입하고 있었고 그 이후에도 다른 보험에 가입하여 별지 보험목록 기재와 같이 총 25개의 보험(최고보험금액 총 1,789,717,000원, 월 보험료 총 1,470,420원, 일시납 보험료 총 1,594,960원)에 가입한 사실, 망인은 농, 축산업에 종사하면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 체결 당시 약 10억 원 상당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던 한편약 3억 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고 있었으며 농, 축산업 외에 별다른 고정적인 수입 없이 원고들을 부양하고 있었던 사실, 망인이 피고 동양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그 스스로 피고 동양화재의 사무실을 찾아가 보험모집인에게 보험금 10억 원으로 하는 보험계약의 체결을 요구하였으나 직업급수(망인은 농, 축산업에 종사하여 직업급수가 2급이다)에 따른 가입금액의 한도 때문에 가입금액을 낮추어 보험금을 2억 5,000만 원으로 하는 위 올카바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피고 동부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그 스스로 보험모집인으로 근무하는 친척에게 전화하여 위 보험모집인에게 보험가입을 의뢰함으로써 위 슈퍼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사실, 피고들과 같은 손해보험회사의 보험전산망으로 모든 보험을 조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보험, 장기손해보험, 상해보험, 근재보험 등을 조회할 수 있으나 자동차보험, 장기손해보험의 경우에는 보험계약 체결 다음 달 15일 이후부터, 상해보험, 근재보험의 경우에는 보험계약 체결 다음 해 사업년도 개시(매년 4. 1.) 3개월 이후부터 조회할 수 있고 생명보험회사의 경우에는 보험계약의 내용이 아니라 장기손해보험, 생명보험에 대한 보험사고정보만을 조회할 수 있으며 농협의 공제상품과 정보통신부(우체국)의 보험상품 가입여부에 대하여는 조회가 불가능한 사실, 따라서 피고들과 같은 손해보험회사에서는 보험계약 체결시마다 보험계약자가 다른 보험에 가입하였는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망인이 적극적으로 고액의 보험에 가입하려고 한 점, 망인이 짧은 기간 안에 25개에 이르는 보험에 가입한 점, 망인의 직업에 따른 월 소득, 부양가족 및 그 재산상태에 비하여 보험금 총액과 보험료 총액이 지나치게 다액인 점, 보험전산망으로도 별지 보험목록 기재와 같은 보험의 가입사실을 대부분 조회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다른 보험의 가입사실은 보험계약자인 망인에게 불법적으로 보험사고를 유발하게 하거나 자신의 신체안전에 관한 주의를 덜 기울이게 하기 쉬워 결국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보험자인 피고들로서는 그 사실을 안다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보여지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각 보험청약서상의 질문표가 단지 참조용으로만 활용되어진다고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위 상법 제651조의 2에 의한 추정은 깨어지지 않고 망인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다른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사실은 상법 제651조상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 및 위 각 보험약관 제6조상 고지의무의 대상에 해당한다.

(나) 통지의무의 대상
위 (가)에서 인정한 사실 이외에도 갑 제10호증의 1 내지 7, 을가 제3, 4, 7호증, 을나 제3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법원의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대표이사, 우체국장,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망인이 피고 동양보험과 위 슈퍼운전자보험계약 체결 이후에 위 보험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별지 보험목록 순번 4 내지 7, 13 내지 19, 22 내지 25 기재와 같이 15건의 보험(최고보험금액 합계 959,900,000원, 월 보험료 합계 948,030원, 일시납 보험료 507,060원)에 가입하였고, 피고 동부화재와 위 슈퍼운전자보험계약 체결 이후에 위 보험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별지 보험목록 순번 16 내지 18 기재와 같은 3건(최고보험금액 합계 101,000,000원, 월 보험료 합계 81,400원, 일시납 보험료 178,350원)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가)에서 본 바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이 사건 각 보험계약 체결 후에 다른 보험에 가입한 사실은 사고발생의 위험을 현저하게 증가시키는 상법 제652조상 통지의무의 대상에도 해당한다.

(2) 보험계약자의 고의, 중과실

다음으로 망인이 고지의무 및 통지의무를 위반함에 있어 망인에게 고의(그 의무자가 고지, 통지하여야 할 사항을 알고 또 그것이 고지, 통지사항이라는 사실까지 알면서 고지, 통지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고지, 통지하는 것) 또는 중과실(그 의무자가 고지, 통지하여야 할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저한 부주의로 인하여 그 사실의 중요성을 잘못 판단하거나 고지, 통지하여야 할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갑 제8, 9호증, 갑 제10호증의 1 내지 7, 을가 제1호증, 을가 제2호증의 2, 을가 제3, 4, 7호증, 을나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법원의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대표이사,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 대표이사,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 대표이사, 우체국장,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망인은 짧은 기간 안에 그 스스로 보험회사를 찾아가거나 보험모집인으로 일하는 친척 또는 지인을 통하여 이 사건 각 보험을 비롯하여 총 25개에 이르는 보험에 가입한 사실, 이 사건 각 보험에 가입하기 이전의 대부분의 보험청약서에는 다른 대부분의 생명보험청약서에서와 같이 다른 보험의 가입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질문표는 없지만 ‘고지의무’ 또는 ‘고지사항’이라는 표제로 직업, 건강상태 등의 고지사항을 기재하도록 별도의 질문란을 마련해 두고 고지사항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는 내용의 주의문구를 기재하여 두었기 때문에 망인으로서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고지의무의 내용 및 위반한 경우의 효과 등에 관하여 잘 알 수 있었던 사실, 이 사건 각 보험청약서에는 다른 대부분의 손해보험청약서에서와 같이 보험계약자가 알릴 사항 아래에 별도로 다른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보험회사, 보험종류, 보험기간 등을 기재하도록 하는 질문란을 두고 있어 보험청약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보통의 보험계약자라면 누구나 쉽게 위 질문란의 내용과 취지를 이해하고 그 사실을 기재할 수 있는 사실, 이 사건 각 보험약관에는 보험계약자에게 청약서의 기재사항에 관한 고지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제6조) 및 보험계약자가 위 고지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에는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제16조)을 두고 있는 사실, 망인이 피고 동양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그 스스로 피고 동양화재의 사무실을 찾아가 보험모집인에게 보험가입을 의뢰하였고 이에 보험모집인이 망인에게 보험청약서의 각 기재사항을 물어보고 보험청약서를 작성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그 기재사항을 확인하게 한 후 망인의 서명을 받았고, 피고 동부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그 스스로 보험모집인으로 근무하는 친척에게 전화하여 위 보험모집인에게 보험가입을 의뢰하였고 이에 그 보험모집인이 전화로 망인에게 보험청약서의 각 기재사항을 물어보고 보험청약서를 작성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과 같은 이 사건 각 보험청약서상 질문표의 기재형식, 망인이 보험에 가입한 전력,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체결경위, 망인과 보험모집인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에게는 고지, 통지하여야 할 사항인 다른 보험계약의 체결사실을 알고 또 그것이 고지, 통지사항이라는 사실까지 알면서 이를 고지, 통지하지 않은 고의가 있다(적어도 다른 보험의 가입사실을 알고도 현저한 부주의로 인하여 그 사실의 중요성을 잘못 판단하거나 고지, 통지하여야 할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여 이를 고지, 통지하지 못한 중과실은 넉넉히 인정된다).

(3) 제척기간의 준수

위 1.라.항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2001. 3. 29.경 카스코화재해상손해사정 주식회사로부터 제출받은 손해사정보고서를 검토한 후에야 망인이 고의, 중과실로 인하여 고지 및 통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때부터 1개월내에 피고들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해지하였다(원고들은, 피고들이 보험전산망을 통하여 위 해지 1개월 훨씬 이전에 망인의 고지, 통지의무 위반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4) 고지, 통지의무 위반과 관련된 원고들의 나머지 주장 및 판단

원고들은, 망인이 피고 동부화재와 위 슈퍼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보험청약서의 작성을 망인이 직접 한 것이 아니라 피고 동부화재의 보험모집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작성하였으므로 망인이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자를 대신하여 보험청약서를 작성함에 있어 보험계약자의 의사에 반하거나 보험계약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청약서를 작성하였다는 점에 관한 주장·입증이 없는 이상 보험모집인은 보험계약자의 대리의사에 기하여 청약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보여지고, 단순히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자를 대신하여 보험청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여전히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및 통지의무는 존재하는 것이므로(망인이 자신의 편의를 위하여 전화를 통하여 보험모집인에게 보험청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청약서의 기재사실을 확인한 이 사건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소결론

그렇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은 위 해지통보로써 상법 제651조, 상법 제652조 제1항 및 이 사건 각 보험약관 제16조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지되었으므로 피고들은 상법 제655조 및 위 각 보험약관 제16조에 따라 원고들에게 위 각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

다. 해지권의 제한과 관련된 원고들의 주장 및 판단

(1)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된 해지권 제한주장

원고들은, 피고들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망인에게 고지의무의 내용, 범위, 위반으로 인한 불이익 등을 설명하여야 하고 검토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피고들은 이에 관하여 아무런 명시나 설명이 없어서 다른 보험의 가입사실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으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이 사건 각 보험약관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될 수 없으므로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보험약관에 의거하여 해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일반적으로 보험자에게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하여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데 그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보험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서까지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는바, 이 사건 각 보험청약서에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를 묻는 질문표가 기재되어 있어 보험계약자는 이 사건 각 보험약관까지 보지 않더라도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에 관한 고지의무의 내용, 범위 및 위반으로 인한 불이익 등을 알 수 있는 점, 이 사건 각 보험약관상 고지의무는 보험약관 이전에 상법 제651조에 의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부과된 의무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에 관한 고지의무는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볼 것이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들에게 고의, 중과실이 있다는 주장

원고들은, 피고들이 보험전산망을 통하여 다수의 다른 보험의 가입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 각 보험계약 당시 피고들은 망인이 다수의 다른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하였으므로 다른 보험의 가입사실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으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위 2.나.(1)(가)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들과 같은 손해보험회사의 보험전산망으로도 모든 보험을 손쉽게 조회할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손해보험회사 이외의 생명보험회사, 우체국, 농협 등의 보험상품 가입 여부에 대하여는 그 조회 자체가 불가능한 사실, 따라서 피고들과 같은 손해보험회사에서는 보험계약 체결시마다 보험계약자가 다른 보험에 가입하였는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

원고들은, 망인이 공시지가로만 따져도 1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고 별지목록 기재 각 보험의 대부분은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이라기보다는 노후생활의 보장을 목적으로 한 저축성 보험이며 이 사건 사고는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망인이 위 화물차량을 운전하던 중 빙판에 미끄러져 생긴 급격하고도 우연한 사고인 점을 들어 위 고지, 통지의무 위반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상법 제655조 단서에 의하여 피고들이 보험금액의 지급을 면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므로 살피건대, 상법 제655조 단서의 취지는 보험사고가 고지의무 위반행위와 인과관계가 없는 별개의 사유에 의하여 발생한 때에는 보험자가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아무런 불이익을 입게 되는 것이 아니므로 피보험자 등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함에 있으나 위 단서조항과 같은 사정은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이익의 유무를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결정하게 되고 불량계약자를 선량한 계약자와 동일하게 보호하는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하여 정직한 피보험자단체에 손해를 주게 될 여지도 있으므로 위 단서조항에 따라 인과관계를 부정하려는 자는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고도 이를 보험자에게 알리지 않은 고지의무 위반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것이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불법적으로 보험사고를 유발하게 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신체안전에 관한 주의를 덜 기울이게 하지도 않았으며 고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는 점에 대한 엄격한 증명을 하여야 하는데, 망인이 1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갑 제4호증의 1, 2, 갑 제10호증의 1 내지 7, 을가 제3, 4, 7호증, 을나 제3호증, 제1심 법원의 금융감독원장, 우체국장,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별지목록 기재 각 보험의 상당수가 저축성 보험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사실만으로는 위 고지, 통지의무 위반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이 사건 사고의 경위에 관한 갑 제2호증, 갑 제7호증의 1 내지 9, 을나 제3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빙판에 미끄러져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가사 이 사건 사고가 빙판에 미끄러져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망인의 이 사건 고지의무 위반이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불법적으로 보험사고를 유발하게 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신체안전에 관한 주의를 덜 기울이게 하지도 않았으며 고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원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4) 신의칙에 의한 해지권 제한주장

원고들은, 일반적으로 보험계약자들이 다른 보험의 가입사실에 관한 고지의무에 대하여 잘 몰라서 이를 위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련 법령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보험자들은 그러한 현실을 잘 알면서 보험계약 당시에는 다른 보험의 가입사실에 대하여 별도로 조사를 하지도 않고 보험계약자에게 아무런 설명이 없다가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 비로소 다른 보험의 가입사실에 관한 조사를 한 후에서야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사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불공정한 권리행사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보험계약자의 다른 보험의 가입사실은 기본적으로 보험계약자의 지배영역에 속하는 사항이라는 점, 현재 보험전산망을 통하여서도 다른 보험계약의 체결사실에 대한 조사가 쉽지 않는 등의 사유로 보험자가 보험의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 조사하기가 어려워 보험계약 당사자 사이에 고지의무의 대상에 대한 정보가 불평등한 점, 고지의무와 관련된 상법 및 보험약관의 각 규정은 단체계약인 보험계약의 특성상 보험자에게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적극적인 조사를 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보험계약자에게 그의 인식영역 내지 지배영역내에 있는 사실에 관하여 고지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보험단체를 구성하는 위험의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 주장과 같은 위 사정만으로 곧바로 상법과 보험약관의 규정에 따른 고지의무 위반을 사유로 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해지가 신의칙에 반하는 불공정한 권리행사라고 할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할 것인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진현(재판장) 김우진 정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