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고등법원 1996. 5. 3. 선고 95나7802 판결 【보험금】 

【전 문】
【원고, 항소인】 손영순(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영선)
【피고, 피항소인】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한각외 2인)
【변론종결】 1996. 4. 12.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1995. 6. 21. 선고 94가합26335 판결
【상고심판결】 대법원 1998. 5. 15. 선고 96다27773 판결
【주 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39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송달 다음날부터 이 판결선고일까지 연 6푼,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원고가 1993. 9. 18. 보험업을 영위하는 피고회사와 사이에 원고 소유의 223톤급 기선 크로바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피보험자 원고, 보험목적 선체 및 기관, 보험금액 금 395,000,000원, 보험료 금 15,894,800원, 보험기간 1993. 9. 19. 12:00부터 1994. 9. 19. 12:00까지로 하는 선체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지급한 사실, 이 사건 선박은 1994. 1. 2. 10:30경 약 400톤의 화물을 싣고 부산 감천항을 출항하여 제주 서귀포항으로 항해하던 중, 같은달 3. 11:13경 제주 우도 동남방 약 10마일 해상에서 침몰한 사실(당시 승선하고 있던 선원 5명 전원은 침몰전에 퇴선하여 구명정에 타고 있다가 같은날 12:20경 제주해양경찰청소속 함정에 의하여 구조되었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선박이 침몰당일 01:00경 거문도 남동쪽 5마일 해상에서 정체불명의 어선과 충돌하여 선체의 일부가 손상되었는데, 항해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항해를 계속하였으나, 손상부위를 통하여 해수가 침수하는 바람에 위와 같이 침몰하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395,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제2호증, 을제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선체보험계약은 협회기간약관(INSTITUTE TIME CLAUSES HULLS)에 따르도록 되어 있고, 위 약관 제6조 제1항은 보험계약이 담보하는 위험의 하나로서 해상, 강, 호수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위험(perils of the seas rivers lakes or other navigable waters)을 열거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해상 고유의 위험이라 함은 해상에 있어서 보험의 목적에 발생하는 모든 사고 또는 재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에서만 발생하는 우연한 사고 또는 재난만을 의미하며, 우연성이 없는 사고, 예컨대 통상적인 바람이나 파도에 의한 손상, 자연적인 소모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이러한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선박이 원고주장과 같이 정체불명의 어선과의 충돌로 인하여 침몰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에 부합하는 갑제4호증, 갑제6호증의 1, 3, 5, 7 내지 10, 갑제7호증의 11, 13 내지 18, 갑제11호증의 1, 갑제14호증의 각 기재와 원심증인 박기철, 박금배, 당심증인 이종락의 각 증언은 다음과 같은 사유에 비추어 믿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즉 갑제7호증의 3, 4, 7 내지 9, 을제1호증, 을제2호증의 1 내지 5, 을제3호증, 을제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인 소외 박금배를 비롯한 선원 전원이 침몰사고 직후 제주해양경찰청에서 조사받을 당시, 그들 모두 항해중 다른 선박과 충돌한 사실은 전혀 없으며, 해수가 선체에 침수하게 된 원인에 관하여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이에 따라 침몰의 원인이 불명으로 처리되고, 선장 소외 박금배는 1994. 3. 15.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로 벌금 500,000원의 약식명령을 고지받았다) , 소외 서울손해사정 주식회사가 피고회사의 요청에 따라 침수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1994. 1. 11. 경 소외 박금배 등 선원 전원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였는데, 이 때에도 그들은 한결같이 위와 같은 취지의 진술을 되풀이 하였으나, 그 후 원고가 피고회사에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가 같은해 4. 30. 피고회사로부터 침몰원인이 불명이라는 등의 여러 가지 사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당하자, 같은해 5. 27. 새삼스럽게 침몰의 원인이 어선과의 충돌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검찰에 사고의 원인을 다시 밝혀 달라고 진정하여 검찰에서 같은해 10. 중순경 선장 소외 박금배를 상대로 조사를 하였는데, 이 때에 비로소 그는 원고주장과 같이 오징어잡이 배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대형어선이 접근하여 이 사건 선박을 충격한 후, 도주하는 바람에 선체가 손상됨으로써 해수가 선체로 스며들어 침몰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같은 내용의 사고경위서를 제출하였음이 인정된다(위와 같이 진술을 번복한 경위가 선뜻 수긍이 가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선박이 다른 선박과의 충돌로 인하여 침몰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그 밖에 달리 이 사건 선박의 침몰이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야기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원고의 주장, 입증이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없다 할 것이다.

또한 갑제1호증, 갑제2호증, 갑제3호증, 갑제8호증의 1 내지 3, 갑제10호증, 갑제11호증의 4, 을제3호증, 을제4호증, 을제5호증, 을제7호증의 1 내지 3, 을제10호증, 을제11호증, 을제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이 한국선급(The class of Korean Register of Shipping)을 유지하는 것을 담보(warranty)로서 규정하였고, 이 사건 보험계약이 따르기로 한 협회기간약관 제4조 제1항에 의하면 선급(class of vessel)의 정지, 중지, 탈급의 경우 보험이 자동종료된다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 또한 협회기간약관은 보험이 영국법과 관습(English law and practice)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에 의하면 피보험자는 보험계약체결전에 중요한 사실을 보험자에게 고지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선박은 1978. 12.경 이중저 구조의 일반화물선으로 건조되어 화물창 1개가 설치되어 있고, 화물창 전, 후, 좌, 우에 각기 보이드 탱크(void tank, 부력탱크)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1988. 1. 경 소외 정우해운이 이를 인수한 후, 화물창과 화물창 전방의 보이드 탱크 사이에 설치된 격벽(bulk head)을 제거하였고, 원고는 1992. 6. 26.경 이 사건 선박을 경락 취득하여 같은해 10. 15. 한국선급회로부터 선박중간검사를 받은 후, 화물창과 화물창 좌, 우, 후방의 보이드 탱크 사이에 설치된 격벽을 한국선급회의 승인없이 임의로 철거한 사실, 한국선급회의 선급 및 강선규칙 제1편 제1장 제9절 901. (7)에 의하면 선박을 한국선급회의 승인없이 개조한 경우에는 당일부터 선급이 정지되는 사실, 피고회사는 1994. 4. 30. 원고에게 격벽철거사실에 대한 고지의무위반 등의 여러 가지 사유를 들어 면책의 의사표시를 통고하여 도달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제11호증의 2, 6, 갑제14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증인 이종락의 증언은 믿을 수 없으며, 갑제12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는 위 인정에 방해되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격벽의 철거가 언제 행하여진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만일 이 사건 보험계약체결일인 1993. 9. 18. 이전에 행해졌을 경우, 격벽을 제거하면 보이드 탱크가 없어지고 화물창과 보이드 탱크가 하나의 공간이 되어 선체외판의 균열로 해수가 유입되면 막바로 화물창이 침수되어 선박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주므로 격벽의 존재여부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의 인수, 보험요율 등을 결정함에 있어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사항이라고 할 것이어서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에 의하여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를 보험자에게 고지하여야 할 것인데, 원고는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였음을 자인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고회사가 1994. 4. 30. 원고에게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취소의 의사표시(위 면책의 의사표시속에는 보험계약취소의 의사표시도 포함된 것으로 볼 것이다)를 통고하여 도달됨으로써 취소되었다고 할 것이고(피고회사가 보험계약체결 당시에 격벽이 제거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만일 격벽의 철거가 이 사건 보험계약체결 이후에 행해졌을 경우, 격벽의 제거는 한국선급회의 위 규칙이 정한 "선박을 한국선급회의 승인없이 개조한 경우"에 해당되어 당일부터 선급이 당연히 정지되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협회기간약관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격벽제거시에 자동종료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없어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6. 5. 3.

판사   김목민(재판장) 강창욱 안철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