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33751 판결 【손해배상(자)】

【참조조문】
민법 제750조

【전 문】

【원고, 상고인】 이명섭 외 5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강진)
【피고, 피상고인】 한일운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세영)
【원심판결】 전주지법 1997. 6. 19. 선고 96나664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소외 이경석이 1993. 11. 16. 편도 1차선 도로를 횡단하기 위하여 도로변에 서 있다가 피고의 피용자인 소외 임채건이 운전하는 피고 소유의 이 사건 화물자동차의 적재함에 실린 볏짚에 머리가 충격 되는 교통사고를 당하여 전치 2주의 뇌진탕, 안면부 및 전두부의 다발성 열창 및 찰과상, 경추부염좌 등을 입은 사실, 위 이경석은 위 사고 직후 전북 진안 소재 동부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같은 달 17. 전북대학병원, 같은 달 18. 전주 소재 한국병원 등으로 전원, 치료를 받다가, 1994. 2. 19. 퇴원한 후 통원치료를 받던 중 1994. 11. 29. 주거지에서 간질발작에 의한 기도 폐쇄로 사망한 사실, 위 이경석은 위 간질발작 전에도 1993. 11. 16. 위 동부병원에서 입원 중, 1993. 11. 18. 위 전북대학병원에서 입원 중, 위 한국병원에 입원 중일 때 각 간질발작이 발생하였는데, 한국병원에서 퇴원 후 사망시까지 더 이상의 간질발작이 없었던 사실, 그런데 위 이경석은 위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인 1988. 5. 16. 완전 혼수상태로 전북대학병원에 입원하여 급성뇌경막하출혈 및 뇌좌상으로 인한 응급개두수술 및 혈종제거수술을 받은 후 같은 해 7. 9. 퇴원하였으나, 위 병증으로 인하여 외상성 간질발작 가능성이 상존하였으며, 또 1989. 1. 28.부터 같은 해 2. 13.까지 사이에 같은 병원에서 두개골결손부위에 대한 성형수술을 받았는데, 위 기간 중 여러 차례에 걸쳐 간질발작 증상이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1989. 3. 24. 선천성 백내장 수술을 받기 위하여 입원치료를 받던 기간 중에도 간질발작 증상이 나타난 사실, 그리고 의학적으로 위 교통사고로 입은 경미한 뇌진탕 등으로는 간질발작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한편 1994. 9. 1. 동진클리닉센터에서의 MRI 촬영결과에 의하면 왼쪽 전두엽, 후두엽에 걸쳐 경계가 분명한 낭성 병변이 보이고, 그 외에도 경계가 나쁜 뇌연화증 병변들이 관찰된다고 기술되어 있는데, 위와 같은 대뇌의 낭성 변화 및 뇌연화증은 주로 뇌좌상이나 뇌경색 및 저산소증의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병변들인데도, 망인은 위 교통사고 직후에 뇌좌상과 관련된 직접적인 증상을 호소하지 아니하였으며, 한편 위 사고 후 발생한 간질발작은 외상을 원인으로 한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외상성 간질은 뇌좌상처럼 뇌실질에 손상이 있는 경우에 발생하는데, 위 사고로 인하여 입은 손상에는 뇌좌상과 같은 손상은 전혀 없었던 사실, 또 위 교통사고가 위 급성경막하출혈 및 뇌좌상으로 인한 수술을 받은 후에 상존하였던 '기왕의 간질발작'의 유발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시간적 제약상 사고 후 1년이 경과한 후에 사망한 경우에는 그 유발요인으로 인정되지 않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이경석은 오로지 '기왕의 간질발작'으로 사망하였음을 넉넉히 추인할 수 있고, 위 사고로 간질발작이 발생하여 그 간질발작에 의하여 사망하였다거나 위 사고가 '기왕의 간질발작'을 악화시켜 그로 인한 간질발작이 사망에 기여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고 하여 이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위 이경석은 이 사건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인 1988. 5. 16. 전북대학 병원에서 급성뇌경막하출혈 및 뇌좌상으로 인한 응급개두수술 및 혈종제거수술을 받은 이후 이미 위 병증으로 인하여 간질발작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태였고, 1989. 1. 28.부터 같은 해 2. 13.까지 사이에 같은 병원에서 두개골결손부위에 대한 성형수술을 받는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간질발작 증상이 나타났으며, 1989. 3. 24. 선천성 백내장 수술을 받기 위하여 입원치료를 받던 기간 중에도 간질발작 증상이 나타난 사실(기록상 그 후 이 사건 교통사고시까지 사이에 간질발작 증상이 나타났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 그리고 위 이경석이 1993. 11. 16. 피고 소유의 화물자동차의 적재함에 실린 볏짚에 머리가 충격 되는 비교적 경미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전치 2주를 요하는 뇌진탕 등 상해를 입은 것에 불과함에도 실제로는 위 교통사고가 난 1993. 11. 16. 동부병원에 입원 중 간질발작을 일으켰고, 그 후 전북대학병원에 후송된 후인 1993. 11. 18.에도 간질발작이 있었으며, 그 날 전원한 전주 한국병원에 입원 중인 1993. 11. 27.에도 간질발작이 있었고, 다시 1994. 1. 3. 전원한 전주 중앙병원에서도 간질발작이 발생하였으며, 1994. 2. 19. 퇴원한 후 통원치료를 계속 받던 중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망에 이른 사실이 인정되고, 한편 원심이 채택한 원심의 한국배상의학학회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더라도 위 교통사고가 간질발작의 발생 원인은 아니나 '기왕의 간질발작'의 악화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위 이경석은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기왕의 간질발작'이 악화되고 이와 같이 악화된 간질발작이 직접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위 사고가 '기왕의 간질발작'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면 위 사고와 위 이경석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교통사고로 간질발작이 발생하여 그 간질발작에 의하여 사망하였다거나 위 사고가 '기왕의 간질발작'을 악화시켜 그로 인한 간질발작이 사망에 기여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였음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내지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천경송(주심) 지창권 송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