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01. 12. 28. 선고 99다14037,14044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보험금】

【참조조문】
[1] 민법 제103조 , 상법 제651조 , 제651조의2

【전 문】

【원고(반소피고),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해 담당변호사 이철원 외 2인)
【피고(반소원고),피상고인】 박양원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경윤 외 1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1999. 1. 29. 선고 98나1072, 1089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반소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여, 원고(반소피고)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원고 삼성화재'라고 약칭한다)가 1996. 1. 25., 원고(반소피고) 엘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원고 엘지화재'라고 약칭한다)가 같은 달 30일, 원고(반소피고)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원고 신동아화재'라고 약칭한다)가 같은 해 2월 23일 문점옥과 사이에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문점옥이 보험기간 중에 약관이 정하는 교통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써 의사의 치료를 받거나 생활기능 또는 업무능력에 지장을 가져와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문점옥에게 의료 실비 및 입원 일당을 지급하고, 문점옥이 교통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써 피해일로부터 180일 내에 사망하였을 때에는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에게 원심 판시 별지 목록 1. 기재와 같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문점옥이 1996. 4. 11. 21:20경 부산 수영구 망미동 쌍용주유소 앞 도로상에서 성명불상자가 운전하는 번호불상의 승용차에 우측 옆구리를 부딪혀 경추부 염좌, 뇌진탕, 다발성 타박상(우견갑부, 우주관절, 우둔부) 등의 상해를 입었고 그로 인하여 그 다음날부터 신경외과의원에 입원하여 두개골, 경추, 우견갑부, 골반부에 대한 방사선 촬영과 약물치료 및 물리치료를 받다가 같은 해 5월 29일 두통, 식욕감퇴 및 전신무력감이 남아 있는 상태로 퇴원한 사실, 그 후 문점옥이 식욕감퇴로 제대로 식사를 못하는 가운데 구토 등을 하다가 같은 해 6월 4일 혼수상태에 빠져 세강병원 응급실에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그 다음날 저혈량성 쇼크, 대사성 산증, 전해질대사 이상 등의 원인으로 사망한 사실, 문점옥의 의료 실비 및 입원 일당은 원심 판시 별지 목록 2. 기재와 같은 사실,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들은 문점옥의 남편과 아들들인 사실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문점옥이 위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고 그로 인하여 입원치료를 받았을 뿐 아니라 그 후유증으로 사망하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상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문점옥의 사망은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 아니어서 원고들이 문점옥의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들이 제출한 일부 증거들만으로는 문점옥이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와 상관없이 다른 사유로 사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하여,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고, 문점옥에게 사인이 된 저혈량성 쇼크, 대사성 산증, 전해질대사 이상 등의 증세를 일으킬 만한 기왕증이 있었다거나 교통사고로 입은 상해와 무관한 다른 사유가 개재되어 그와 같은 증세가 나타났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문점옥이 교통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써 사망하였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도 수긍이 가며,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하거나 입증책임 또는 보상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은 문점옥의 사망에 따른 보험금 취득을 목적으로 하여 체결된 것으로 이에 기한 피고들의 보험금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보험제도 악용을 허용하고 악의적인 보험사고에 의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결과가 되므로 위 각 보험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계약으로서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그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여, ① 문점옥 및 그의 남편인 피고 박양원과 아무런 친인척관계가 없는 소외 김종록이 문점옥을 대리하여 각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② 김종록이 수 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보험금을 수령한 전력이 있고, 피고 박양원 역시 다수의 보험회사와 단기간 내에 수 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1989. 2. 1.경부터 1992. 1. 8. 사이에 4회에 걸친 교통사고로 278일간 입원하여 보험금을 수령한 전력이 있어 각 보험회사에 의하여 인수제한고객 목록에 등재된 사실, ③ 이 사건 각 보험계약 당시 김종록은 국제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의 보험설계사이고, 문점옥은 흥국생명보험 주식회사의 보험설계사로 근무하고 있었던 사실, ④ 문점옥은 각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그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가 이 사건 교통사고 3일 전인 1996. 4. 8. 김종록으로 하여금 그 보험료를 대납하여 각 보험계약을 부활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각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99다3331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은 그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 그 자체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고,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그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된 것이 아님이 명백하고, 한편 이 사건 각 보험계약 체결 전후에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사정들이 있고, 그 밖에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교통사고가 뺑소니 사고이고 목격자도 없는 점 등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정이 있기는 하나, 그러한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 사회질서에 반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인정을 그르치거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보험계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4, 5점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들이 문점옥의 고지의무 또는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각 보험계약을 해지하였으니 보험금 지급의 책임이 없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증거들에 의하여,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각 보험약관에 각 보험계약 체결시에는 다른 보험계약사항 등 보험계약청약서의 기재사항에 관하여 아는 사실을 빠짐없이 그대로 기재하여야 하고, 각 보험계약의 체결 후에 자신에 대하여 상해를 담보하는 다른 보험계약을 맺을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를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고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점옥이 원고 삼성화재에 대하여는 위 원고와의 보험계약 체결 후 원고 엘지화재 및 원고 신동아화재와 사이의 각 보험계약 체결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여 보험계약 체결 후의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원고 엘지화재에 대하여는 위 원고와의 보험계약 체결시 원고 삼성화재와의 보험계약 사실을, 원고 신동아화재에 대하여는 위 원고와의 위 보험계약 체결시 원고 삼성화재 및 원고 엘지화재와의 보험계약 사실을 각 고지하지 아니하여 보험계약 체결시의 고지의무를 각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원심의 판시 사실에 빠져 있으나, 증거들에 의하면, 문점옥은 원고 엘지화재에 대하여 위 원고와의 보험계약 체결 후 원고 신동아화재와 사이의 보험계약 체결사실을 통지하지 아니하여 보험계약 체결 후의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도 알아볼 수 있다), ① 원고들이 문점옥에게 위 각 고지의무에 대한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더욱이 ② 문점옥의 위 각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은 문점옥이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를 입고 사망하게 된 것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들은 문점옥의 각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각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하여, 원고들의 위 면책주장을 배척하였다.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지는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말하고, 어떠한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하는 것인바, 보험자가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를 청약서에 기재하여 질문하였다면 이는 그러한 사정을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한 판단자료로 삼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러한 경우에는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보험계약 체결 당시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에 관하여 고지의무가 인정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험계약 체결 후 동일한 위험을 담보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를 통지하도록 하고, 그와 같은 통지의무의 위반이 있으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약관은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경우에도 보험자가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 또는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하여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그러한 사항에 관한 고지의무 또는 통지의무의 존재와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에 관하여 잘 알고도 고의로 고지 또는 통지를 하지 않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하여 고지의무 또는 통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99다33311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법리에서 볼 때,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보험계약자인 문점옥을 대리하여 각 보험계약을 체결한 김종록이 계약 전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에 관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또 문점옥이 계약 후 다른 보험계약 체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사실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으나, 나아가 김종록이나 문점옥이 과연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와 같은 다른 보험계약 체결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가에 관하여 살펴보면, 앞서 제2항에서 본 사정들 기타 원심이 인정한 사실들만으로는 이 점을 인정할 수 없고, 달리 이 점을 인정할 증거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원고들은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 또는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약관 명시·설명의무 위반 여부 또는 고지의무·통지의무 위반과 보험사고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원고들의 고지의무·통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면책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면책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고,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조무제 강신욱 강신욱 강신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