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방법원 2003. 3. 26. 선고 2001가합17186(본소), 2002가합10373(반소)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보험금】

【원고(반소피고)】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외 1명
【피고(반소원고)】○○○케이라인 주식회사
【변론종결】 2003. 2. 26.

【주 문】
1. 별지 1 목록 기재 선박이 2001. 9. 16. 일본국 시즈오카현 하마나 앞 바다  부근에서 침몰한 사고와 관련하여,
가. 원고(반소피고) S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와 피고(반소원고) 사이에 체결된 별지 2 목록 기재 선박보험계약에 의한 보험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나. 원고(반소피고) H해운조합과 피고(반소원고) 사이에 체결된 별지 2 목록 기재 선박공제가입계약에 의한 공제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각 확인한다.
2.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하여 피고(반소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본소: 주문과 같다.
반소: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에게, 원고(반소피고) S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이하 원고 S화재라 한다)는 미화 338만 달러, 원고(반소피고) H해운조합(이하 원고 S조합이라 한다)은 미화 42만 달러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01. 9. 16.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 유】

본소와 반소를 함께 판단한다.

1. 기초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호증의 1,2, 갑 2호증의 1~4, 갑 3호증의 1,2, 갑 4호증, 갑 5호증의 1,2, 갑 13,2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보험계약 및 공제가입계약의 체결

(1) 원고 S화재는 해상보험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 H조합은 선박공제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며, 피고는 별지 1 목록 기재 선박(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의 소유자로서 해상화물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2) 피고는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원고 S화재와의 사이에 영국 협회선박기간 보험약관(Institute Time Clauses Hulls 1/10/83, 이하 협회약관이라 한다)을 적용하기로 하고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은 내용의 선박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원고 H해운조합과의 사이에 협회약관과 1906년 영국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이하 영국해상보험법이라고 한다)을 적용하기로 하고 별지목록 기재와 같은 내용의 선박공제가입계약(이하 이 사건 공제가입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위 각 계약에 따르면 이 사건 선박의 전손시 피고에게, 원고 S화재는 보험금으로 미화 338만 달러를, 원고 H조합은 공제금으로 미화 42만 달러를 각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

나. 협회약관의 내용

협회약관은 첫머리에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른다.”(This insurance is 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라고 규정하고 있고, 보험계약이 담보하는 위험(부보위험)으로, 6조 2항 3호에서 “선장, 고급선원, 보통선원 또는 도선사의 과실(negligence of Master Officers Crew or Pilots)” 을 규정하고 있으며, 단서규정으로 6조 2항에 규정되어 있는 위험들은 피보험자, 선박소유자 또는 선박관리자가 상당한 주의를 결여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provided such loss or damage has not resulted from want of due diligence by the Assured, Owners or Managers) 담보된다는 제한을 두고 있다.

다. 이 사건 선박의 침몰

이 사건 선박은 위 보험기간중인 2001. 9. 14. 16:45 경 고철 2,875톤을 적재하고 일본 가와사키항을 출항하여 한국 인천항을 향하여 12노트의 속력으로 항해하던 중(이하 이 사건 항해라 한다) 기관실에 해수가 침입하여 같은 달 16. 01:34 경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나 남방 약 23마일 해상 북위 34도 21분 54초, 동경 137도 52분 42초에서 침몰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① 이사건 사고는 피고가 보험금을 타기 위하여 선장 L,선원 K 등과 공모하여 이 사건 선박을 고의로 침몰시킨 것이므로 보험금지급책임이 없으며, ② 가사 이 사건 사고가 선장 및 선원의 과실로 인한 사고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피고는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상당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그 결과로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하였으므로 위 협회약관 6조 2항 단서에 의하여 보상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③ 또한 피고가 이 사건 사고 발생시 자매선 피닉스호를 선박 구조를 위하여 사고해역으로 파견하지도 않았고, 피고의 사용인인 선원들 역시 선체구조를 위한 배수, 방수조치등 아무런 시도를 하지 않다가 조기에 퇴선을 하는 등 피고 및 사용인들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방지하거나 경감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지 안하였으므로 위 협회약관 13조 1항에 따라 면책되며, ④ 피고가 이 사건 선박의 실제 매매가를 숨김으로써 이 사건 선박에 대한 보험가액이 실제 선가보다 지나치게 과다 평가되었으므로 영국해상보험법 제 18조 1항에 규정된 고지의무 및 같은 법 제 20조 1항에 규정된 불실표시금지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이에 원고들이 이 사건 소장 송달로써 이 사건 각 계약을 취소하였고, ⑤ 가사 실제 매매가를 숨긴 것이 고지의무위반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 행위는 원고들을 기망한 것이므로 이 사건 각 계약은 같은 법 4조 1항의 도박 또는 사행계약으로 무효가 되거나 최소한 기평가보험으로는 인정되지 않아야 하며, ⑥ 이 사건 선박은 원양상선에 해당하고 선장은 선박지원법상 최소 2급 항해사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 사건 선박의 스턴튜브에서 평소보다 많은 해수가 유입되는 등 물적감항능력이 없었는데 이러한 사실들을 피고가 알고 있었으므로 면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피고의 주장

피고는, ① 이 사건 사고는 피고 등의 고의에 의한 선박침몰이 아니라 선원인 1기사 K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이므로 이는 위 협회약관 상의 부보위험에 해당하는 보험사고이고, ② 피고는 선박의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고 시행하였으며 선박안전관리증서 및 안전관리적합증서를 교부받는 등 선박안전관리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으며, ③ 이 사건 사고 발생시 피닉스호는 이 사건 선박을 구조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고 선장의 퇴선결정은 당시의 여러 정황들에 비추어 성급한 판단이 아니었으므로 피고는 손해방지의무를 위반한 바 없고, ④ 피고는 고지의무 및 불실표시금지의무를 위반한 바 없고 가사 피고가 이 사건 선박의 매매가격을 알리지 않은 것이 고지의무 내지 불실표시금지의무에 위반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들이 고지받기를 포기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은 고지의무 내지 불실표시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각 계약을 취소할 수 없으며, ⑤ 피고가 원고들을 기망한 바가 없으므로 도박 또는 사행계약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고 약정된 보험가액은 사기가 없는 한 확정적인 것이므로 이 또한 감액할 수 없는 것이며, ⑥ 이 사건 선박은 연안수역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하여 선장은 선박직원법상 3급 항해사 자격을 갖추면 되는데 선장 L은 그 자격을 갖추었으므로 인적 감항능력이 있고, 이 사건 선박의 스턴튜브는 별다른 하자가 없었으며 그 밖의 물적 감항능력도 갖추었다 할 것이므로 결국 원고들은 피고에게 이 사건 각 계약에 의한 보험금 및 공제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3. 판단

가. 준거법

이 사건 각 계약은 협회약관을 적용하기로 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해상보험과 관련하여 야기되는 일체의 문제를 영국의 법률 및 관습에 의하여야 한다는 영국법 준거약관은 오랜기간 동안에 걸쳐 해상보험업계의 중심이 되어온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라 당사자간의 거래관계를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공익규정 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라거나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유효하므로, 이 사건 각 계약에 적용될 법률은 영국의 법률 및 관습이라 할 것이다.

나. 부보위험 여부

먼저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각 계약에서 부보하고 있는 위험으로 인한 사고인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1) 위 적용되는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그 부보위험인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이른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에 의한 증명으로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가) 인정사실

갑 145 ~ 147호증, 갑 150호증의 12,13,15,16,18,19, 을 7 ~ 9호증의 각 기재 및 증인 K, S, H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이 사건 항해 중에 선박의 기관실 당직체제는 00:00-04:00 조기장 H 및 인도네시안 기관수 GD, 04:00-08:00 1기사 K 및 인도네시안 기관수 M, 08:00-12:00 기관장 Y 및 인도네시안 기관수 M 각 2인 1조로 하는 3직제로 운영되었는데, K은 2001. 9. 15. 03:35경 조기장 H와 당직 교대를 한 후 기관실을 순찰하다가 같은 날 05:50경 위 선박 기관실에서, 스턴튜브(Stern Tube)에서 기관실 내부로 해수가 손가락 굵기의 1/2 정도로 흘러드는 것을 발견하고는 자신이 직접 그랜드패킹 교체작업을 하였는데, 스턴튜브 내의 원활한 해수흐름을 위하여 통상 그 정도의 해수가 기관실 내부로 유입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이므로 굳이 그랜드패킹 교체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을 뿐 아니라, 만재상태로 12노트의 속력으로 항해중인 상황에서는 선체 하단 부분의 수압이 상당히 강력하여 그랜드패킹 교체시 갑자기 다량의 해수가 밀려들어 올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반드시 정박한 상태에서 그랜드패킹 교체작업을 해야하고, 만일 해수가 기관실이 침수될 정도로 스턴튜브에서 새어 나오면 해수의 양이 많을 경우라도 그랜드패킹 작업의 위험성에 비추어 반드시 미리 기관장과 선장에게 보고한 수 그들의 지시에 따라 작업에 착수하되 우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비상배수펌프의 가동준비를 철저히 해 두고 기관실 선원 여러명의 작업보조를 받아 해수유입량을 관찰하면서 그랜드패킹을 죄는 그랜드 카바의 볼트 6개를 같은 간격으로 조금씩 풀어가며 그랜드패킹 교체작업을 하여야함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그랜드패킹 교체작업을 해 본 경험이 없으면서도 만연히 기관장과 선장에게 보고도 하지 아니하고 사전에 비상배수펌프의 밸브 위치도 파악하지 않는 등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단독으로 그랜드 카바의 볼트 6개를 전부 풀어놓고 패킹 교체작업을 하는 도중 강력한 수압에 의하여 패킹이 이탈되면서 다량의 해수가 순식간에 기관실로 밀려들게 되었는데도 비상벨을 누르거나 조타실에 연락하여 주기관을 정지시키고 비상펌프를 가동하여 유입되는 해수를 배출하는 등 적절한 비상대응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2) 선장 L는 같은 날 06:00경 이 사건 선박의 주기관이 정지되고 이어 06:25경 조명등이 꺼지자 선교로 달려 올라가 GSP 플로터로 선위를 확인한 후 항해당직자인 1등 항해사로 하여금 기관실로 내려보내 상황을 확인하게 한바 선미관이 터져 다량의 해수가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보고받고 확인차 직접 기관실로 내려가 기관실 바닥 및 기관하부까지 침수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선장으로서는 해수를 배출하기 위한 신속하고도 적절한 비상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비상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기관실 침수상황 파악, 화물창 등으로의 침수확산 여부, 복원성 자료에 의한 기관실 침수시의 복원성, 잔존부력, 구조요청에 따른 구조기관의 구조활동 등을 고려하여 선원들의 안전에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 최후에 퇴선명령을 내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항들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하기 약 18시간 전인 같은 날 07:29경 조기퇴선을 하였다.

 3) 기관장 Y은 K 등 기관부 직원들이 그랜드 패킹 교체작업 등 특수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책임자에게 보고하고 허가받도록 하는 관리, 감독 상의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하였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잠을자고 있다가 주기관이 정지되고 이에 침실 전등이 꺼지는 것을 느낀 후에 기관실로 내려가 감병진으로부터 사고사실을 보고 받았으나 그 후에도 이 사건 선박의 침몰을 막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4) K은 2001. 12. 20. 이 사건 사골 인하여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로 기소되어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 받았다.

(나) 판단

 1) 위 각 인정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선박은 선원인 K, Y과 선장인 L의 과실에 의하여 침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는 이 사건 사고의 근인 중의 하나로서 위 협회약관 6조 2항 3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고의침몰을 주장한다. 그러므로 그 부분에 대하여 살피건대, 영국해상보험법 55조 2항 (a)호에 의하면,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고의 불법행위(willful misconduct)에 기인하는 일체의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때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고의 불법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그런데 영국 법률과 관습에 의하면 피보험자의 고의 불법행위는 형사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험자가 이를 입증함에 있어서는 단순한 증거의 우월로 족하지 않고 이에 더 나아가 합리적인 의문이 없을 정도로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원고들이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피고가 고의로 이 사건 선박을 침몰시키고 이를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문이 없을 정도의 입증이 필요하다고 할 것인바, 이를 인정할 만한 신빙성 있는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편 선원 등의 과실이 부보위험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위 협회약관 6조 2  항 단서에 규정된 바와 같이 피보험자, 선박소유자 또는 선박관리자가 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를 결여하고 있지 않아야 파므로 피보험자이자 선박소유자인 피고가 상당한 주의를 결여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고는 해상교통안전법상의 안전관리체제를 수립, 시행하고 해양수산부장관의 인증심사를 받은 후 선박에 대하여는 선박안전관리증서를, 사업장에 대하여는 안전관리적합증서를 교부받아야 하며, 이 경우 해상교통안전법시행규칙 별표 2 안전관리체제의 수립, 시행(3조의2 관련) 중 5항 ‘인력의 배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과 관련하여, ① 선장에 대하여는 I) 해상종사원을 지휘할 수 있는 적절한 자격보유, II) 회사의 안전관리체제에 대한 숙지, III)선장의 임무를 안전하게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원의 제공을 확인하여야 하며, ② 신규채용되거나 임무가 변경된 종사원이 안전관리체제와 관련하여 해당업무에 익숙할 수 있도록 절차를 수립하여야 하며, 모든 해상종사원에 대하여 당해 선박의 출항 전에 필수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지침을 문서화하여 제공하여야 하고, ③ 안전관리체제와 관련된 종사원들이 관련 법령,규칙,규약 및 지침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며, ④ 안전관리체제를 지원하는데 필요한 훈련절차를 수립,유지하고 관련된 종사원이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7항 ‘비상대책의 수립에 관한 사항’과 관련하여, ① 선박의 잠재적인 비상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절차를 수립하여야 하고, ② 위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 및 연습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며, ③ 선박과 관련한 위험, 사고 및 비상상황에 대하여 선박 및 사업장의 조직이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조치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는 등 안전관리체제를 구축, 시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갑 5,6호증, 갑 145호증의 5,8,15, 을 9호증의 7, 을 2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① 2001. 7. 11. 국제안전관리규약(ISM)을 입법한 해상교통안전법의 규정에 따라 정부검사대행기관인 한국선급으로부터 선박안전관리증서 및 안전관리적합증서를 교부받은 사실, ② 선장 L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약 두달 전인 2001. 7. 21. 이 사건 선박을 좌초시킨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견습선장이였다는 이유로 시말서만 받고 다시 이 사건 선박에 선장으로 승선을 시킨 사실, ③ 안전관리체제에 따라 선원들을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원들의 자질문제 등을 이유로 안전관리규정에 따라 선원들을 관리하지 않은 사실, ④ 각 조사보고서(갑 5,147호증)에서 이 사건 사고 후 신속한 선박구조가 이루어졌더라면 이 사건 선박은 구조되었을 가능성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구조업자의 선정 등 적극적인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데, 위 인정사실 및 위 (1)항에서 인정한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는 비록 선박안전관리증서 및 안전관리적합증서를 교부받기는 하였으나 실제로는 해상교통안전법상의 안전관리체제가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을 정도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였음을 넉넉히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는 피고가 상당한 주의를 결여하고 있었던 결과로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위 협회약관 6조 2항 단서에 의하여 이 사건 각 계약에서 부보하는 위험이 아니라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들은 보험금 및 공제금 지급책임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나머지 점을 살펴볼 필요 없이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들의 보험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그 확인의 이익도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본소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