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2002. 6. 14. 선고 2002나9501 판결 【구상금】

【원고,피항소인】OO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피고,항소인】OO물류 주식회사
【피고 보조참가인】OO운수 주식회사
【변론종결】2002. 5. 31.
【제1심 판결】서울지방법원 2002. 1. 8. 선고 2001가단21043 판결

【주 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2.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69,913,712원 및 이에 대하여 2000. 2. 2.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갑 제1 내지 3, 6, 7, 10, 11호증,을 제1 내지 3, 7 내지 22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OOO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고, 반증은 없다.

가. 원고는 2000. 2. 18. 소외 OO맥주 주식회사(이하 ‘OO맥주’라고 한다)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OO맥주, 보험목적물을 전남 고흥 녹동항에서 제주 성산포항으로 운송되는 맥주 10,340상자(이하 ‘이 사건 화물’ 한다), 보험금액을 229,271,036원으로 하는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고, 피고는 해상운송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나. 피고는 2000. 2.경 OO맥주와의 사이에 이 사건 화물을 위 녹동항에서 성산포항까지 운송하여 주기로 하는 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과 사이에 계약기간은 1999. 3. 1.부터 2000. 2. 29.까지로 정하여 피고가 의뢰한 물품을 피고가 지정하는 시간과 장소에 운송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참가인은 1999. 5. 14. 소외 OO해운 주식회사(이하 ‘OO해운’이라 한다)와 사이에 계약기간은 1999. 5. 15.부터 2000. 5. 14.까지, 사용선박은 OO해운 소유인 OO트레이드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 운송구간은 위 녹동항에서 성산포항으로 정하여 참가인이 의뢰한 물품을 OO해운이 운송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위 계약에 따라, OO해운은 2000. 2. 19. 위 녹동항에서 이 사건 선박에 이 사건화물을 적재하고 같은 날 07:40경 출항하여 같은 날 17:00경 위 성산포항에 도착하여, 같은 달 21. 08:00경에 있을 화물양하를 위하여 좌현으로 위 성산포항에 접안하여 정박중이었고, 이 사건 선박의 우현에 어선 오O호가, 그 우현에 강O호가, 다시 그 우현에 3척의 어선이 더 밧줄로 연결되어 계류중이었다.

라. 이 사건 사고 전인 같은 달 20. 17:00부터 폭풍주의보가 발효되어 북서풍이 시속 14∼16m로 강동호 우현 45도 각도에서 오O호 쪽으로 강하게 불고 있었고, 이로 인해 많은 어선들이 위 성산포항에서 밧줄로 묶여 계류하고 있었다.

마. 그런데 당시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날이 추워 강O동호에 승선하고 있던 선원들이 전기장판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선박내의 발전기를 계속 가동한 결과 전기합선이 되면서 같은 달 21. 04:00경부터 04:20경까지 사이에 위 선박의 기관실 상부 및 식당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위 화재는 당시 강하게 불던 바람에 의해 좌현에 연결되어 있던 오O호로 옮겨 붙었으며, 다시 이 사건 선박의 조타실과 선창 사이에 옮겨 붙어 이 사건 화물이 손상을 입었다.

2. 원고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화물이 운송 도중에 손상되었으므로 피고는 운송인으로서 OO맥주에게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데, 원고는 이 사건화물에 대한 적하보험계약상 보험자로서 피보험자인 OO맥주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보험금 등으로 66,785,312원을 지급하고, 또 손해조사비로 3,128,400원을 지출함으로써 OO맥주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취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위 보험금 및 손해조사비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나. 판단

 (1)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이 운송 도중에 손상된 이상, 운송인인 피고는 일단 상법 제788조 제1항에 따라 자기 또는 선원 기타의 선박사용인이 운송물의 운송 및 보관 등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송하인인 OO맥주에게 이 사건 화물이 손상됨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화물의 손상은 화재로 인하여 생긴 운송물에 관한 손해로서 상법 제788조 제2항 본문, 제789조의 3 제1항에 따라 계약상 및 불법행위상의 책임이 면제된다고 항변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법률조항에서 면책사유로 규정하는 화재라 함은 당해 선박 내부에서 발생한 것을 말할 뿐,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다른 선박 등 당해 선박 외부에서 발생한 화재가 옮겨 붙은 경우는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툰다.

 살피건대, 1991. 12. 31. 법률 제4470호로 개정되기 전의 상법 제788조 제2항 본문은 ‘선박에서의 화재’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가 위 개정에 의하여 ‘선박에서의’ 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단순히 ‘화재’ 라고만 규정함으로써 문리상 화재의 발화원인이나 발생장소를 제한하지 않게 된 점, 화재를 면책사유로 하는 근거는 화재가 전형적인 해상위험의 하나로서 경미한 과실로도 거액의 손해를 발생시킨다는 점, 그리고 원인의 파악이나 과실의 판정이 곤란하다는 점 및 적하의 화재손해는 적하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 등에 있다 할 것인데, 이는 선박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이거나 선박 외부에서 발생한 화재가 선박 내부로 번진 경우를 달리 취급하여 위 조항에서 말하는 면책사유로서의 화재를 굳이 선박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라고 좁게 해석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에서와 같이 선박 외부인 다른 선박에서 발생한 화재가 당해 선박에 옮겨 붙은 경우도 위 조항에서 규정한 면책사유로서의 화재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만약 원고의 주장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주장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하더라도, 이 사건 화재의 발생이나 운송물의 손상에 관하여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법 제789조의 3 제1항, 상법 제78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운송인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역시 면하게 되므로, 그 주장도 이유 없다).

 (3)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사건 사고의 경우에 피고는 화재의 조기발견 및 진화조치, 피난 및 구난조치 등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 과실로 이 사건 화물을 손상시킨 과실이 있으므로 면책될 수 없다는 취지로 재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상법 제788조 제2항 단서는 화재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여 면책되는 경우라도 운송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화재의 경우에는 면책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운송인의 고의 또는 과실은 운송인 자신의 고의 과실을 의미하고, 선원이나 기타 선박사용인 등의 고의 또는 과실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인데,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과실은 선원이나 기타 선박사용인의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운송인인 피고 자신의 과실이라고 할 수 없으며, 달리 이 사건 화재가 운송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화재에 해당한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재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원고는 다시, OO맥주와 피고는 그 사이에 체결된 운송계약에서 운송중 발생한 제반사고에 대하여 피고가 전적인 책임을 지기로 약정하였으므로 위 약정에 따라 피고는 그의 과실 유무와 관계 없이 OO맥주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OO맥주와 피고 사이의 운송계약서 제5조 제1항은, 피고가 OO맥주의 물품을 운송하는 중에 발생한 제반사고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진다는 내용으로 약정되어 있음은 인정되나, 그 약정내용이 반드시 운송물에 생긴 손해에 대하여 피고가 과실 유무를 묻지 아나하고 손해를 배상하겠다는 취지라고 단정하기도 어렵거니와, 그 뒤의 내용, 즉 위 제반사고로 인하여 OO맥주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거나 부담할 위험이 있는 경우 피고는 즉시 OO맥주에서 손해를 배상하거나 OO맥주를 면책시켜야 한다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운송물 자체에 대하여 생긴 손해의 배상책임을 약정한 것이라기보다는 운송과정에서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등을 대비하여 내부적으로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소재를 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와 다른 견해에 선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OO맥주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나머지 점을 더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