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1다26651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전 문】
【원고, 상고인】 ○○ 주식회사
【피고, 피상고인】하○○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01. 4. 18. 선고 2000나53764 판결
【환송후 판결】서울고등법원 2001. 9. 22. 선고 2001나4255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보험계약은 소외 ○○협동조합의 청약에 따라 원고가 위 ○○에게 보험증권을 교부함으로써 성립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일응 이 사건 보험계약자는 ○○으로 볼 것이나, 한편 원고가 운영하는 '동물보험'에 있어서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를 보험가입 동물의 유일한 소유자로 한정하고 있는 점, 피고가 원고에게 작성하여 제출한 '동물보험설문지'는 그 기재내용에 비추어볼 때 보험계약의 청약서로 볼 수 있는 점, 피고가 자신의 돈으로 보험료를 직접 지급한 점 및 원고가 피고에게 발급한 '동물화재보험가입사실증명서'상 보험계약자가 피고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 중 피고가 사육하는 동물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를 실질적인 보험계약자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보험계약자가 알고 있거나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 또는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 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 아니라면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요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 및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명시·설명하여야 하고,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증인 고○○의 증언 및 ○○조합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피고에게 보험약관을 교부하거나 보험약관의 내용, 특히 화재로 인하여 돼지가 사망한 경우에만 보험사고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설명한 바가 전혀 없는 사실, 피고는 위 동물보험설문지를 작성할 무렵 자신의 돈사는 콘크리트와 판넬, 슬레이트로 지은 것이어서 순수한 화재로 인한 사고의 위험은 거의 없으나 폐쇄식 자동화농장으로서 환풍기로 외부공기를 공급하기 때문에 전기관련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점을 들어 전기사고로 인하여 돼지가 사망하는 경우에도 보험금이 지급되는지에 관하여 소외 ○○조합의 담당직원인 소외 고○○에게 문의하였고, 이에 고○○은 원고회사의 대구지점 담당직원인 소외 현○○ 등으로부터 그와 같은 경우도 보험사고에 해당한다는 확인을 받고 이를 피고에게 알려준 사실이 인정되므로, 보험자인 원고는 실질적인 보험계약자인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하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인 '보험사고가 화재로 인한 돼지의 사망에 국한된다'는 사항을 알려주지 않음으로써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사고가 화재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전기누전으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로 피고에 대한 보험금지급의무가  없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피고를 실질적인 이 사건 보험계약자로 보아, 보험자인 원고가 실질적인 보험계약자인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하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인 '보험사고가 화재로 인한 돼지의 사망에 국한된다'는 사항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본 원심의 위 사실인정 및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가. 먼저 원심이 확정한 바에 의하면, 원고는 '동물보험' 및 그 한 종류로서 화재로 인한 동물의 사망만을 보험사고로 한정하는 '동물화재보험'이라는 보험상품을 개발하여 영업을 하고 있었던 사실, 위 ○○은 1999년 3월 초순경 위 ○○으로부터 원고의 보험상품인 위 '동물화재보험'을 소개받아 같은 해 5월 14일 원고와 사이에, '보험계약자: ○○, 피보험자: 개별농가등'으로 정하여 '○○에서 농가가 종돈(비육돈)의 화재보험을 원할 경우 원고에 가입하고, 이때 원고는 1주일 이내에 인수여부를 통보하며, 인수시 가입사실증명원을 발급한다'는 내용의 동물보험계약서(갑제4호증)를 작성한 후 피고를 비롯한 조합원들에게 위 보험상품을 홍보하였는데, 양돈업에 종사하던 피고는 같은 달 25일경 위 보험상품에 가입하기 위하여 ○○에서 배포한 동물보험설문지라는 제목의 인쇄된 용지(갑제5호증)에 소정의 사항을 기입한 후 보험료1,840,500원과 함께 위 고○○을 통하여 원고에게 제출한 사실, 한편 ○○은 같은 해 5월 31일 원고에게, '보험계약자: ○○, 피보험자: 개별농가등'으로 기재된 동물보험청약서(갑제1호증)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였고, 그 무렵 원고는 ○○에게 담보위험이 '화재에 의해 야기된 돼지의 사망에 한함'이라고 기재된 보험증권(갑제2호증의1)을 교부하였는데, 동 보험증권상 피고와 ○○을 포함한 10명이 피보험자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으며, 갑제2호증의3(동물보험약관), 을제2호증(양돈농가를 위한 보험연계프로그램제안)의 기재와 위 사실조회결과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과 같은 보험상품인 동물보험을 개별농가가 가입할 때보다 조합단위로 가입하는 것이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을 내세우면서 보험계약자는 ○○중앙회로 피보험자는 개별농가로 하며 보험조건 등과 관련하여 변경을 요하는 경우에는 원고와 보험계약자인 위 ○○가 사전합의를 통하여 조정을 하되, 다만 보험가입금액 및 가입형태 등은 개별농가와 상담후 결정하자는 내용으로 ○○와 연계하여 운영할 프로그램을 ○○에 제안하여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경위로 보험계약이 체결된 것이며, ○○이 피고를 비롯한 동 조합의 조합원인 피보험자들로부터 보험료를 받아와서 매월 말일 시점에 일괄하여 원고회사에 입금한 사실 및 원고가 운영하는 '동물보험'의 약관에 있어서 피보험자만이 보험가입동물의 유일한 소유자여야 한다고 한정하고 있을 뿐 보험계약자까지 동물의 소유자여야 한다는 규정은 없는 사실 등도 인정되는바, 위 사실관계에 나타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경위, 과정 및 작성되었던 보험계약서, 보험청약서, 보험증권 등의 기재내용 등에 비추어, 원고는 위 ○○ 또는 ○○과 사이에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보험자에 불과한 피고를 판시와 같은 사유만으로 실질적인 보험계약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만일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자인 ○○ 또는 ○○의 담당직원에게 이 사건 보험의 담보범위를 설명하였다면, 원고로서는 그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나아가 보험계약자가 아닌 피보험자의 지위에 있는 피고에 대하여까지 별도로 이 사건 보험약관을 설명할 의무는 없는 것이다.

나. 가사 이 사건 보험계약자를 원심과 같이 피고로 본다고 가정하더라도, 위 고○○의 증언 등에 의하면, ○○의 직원인 고○○은 피고로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체결에 관하여 사전에 위임을 받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설명을 들은 피고의 보험가입의사를 확인한 후 피고와 같은 축산농가를 위하여 원고와의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업무에 관여한 것이고, 피고가 원고와 직접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을 통하여 이 사건 동물보험에 가입한 것은 보험수수료를 받기 위한 것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또는 위 ○○)이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원고로서는 이 사건 보험계약자의 대리인인 위 ○○ 등에게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면 이로써 충분한 것이고, 보험계약자 본인인 피고에 대하여 직접 설명할 의무까지는 없는 것이므로 결국 원고가 이 사건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게 된다.

다. 나아가 원심은 위 고○○의 증언 및 사실조회결과 등에 의하여, 피고가 자신의 돈사는 순수한 화재로 인한 사고의 위험은 거의 없으나, 전기관련 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점을 들어 전기사고로 인하여 돼지가 사망하는 경우에도 보험금이 지급되는지에 관하여 위 고○○을 통하여 문의한 결과 원고로부터 보험사고에 해당한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인정하였으나, 원고와 위 ○○ 사이에 체결된 위 동물보험계약서의 계약내용에 '동물보험(화재사고)'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고, 피고가 고○○에게 전기사고의 경우에도 담보범위에 포함되는지를 문의하였다면, 피고가 보험에 가입하기 6일 전에 고○○이 직접 기재한 것으로 보이는 동물보험설문지(화재)에 전기사고와 관련한 질의내용이 있음이 상당한 데도 위 설문지 상에는 제목을 포함하여 그 내용에 있어 화재와 관련한 사항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전기사고와 관련된 어떠한 사항도 없었다는 것은 의문일 뿐만 아니라, 원심의 사실인정에 의하여도, 위 돈사는 전기시설에 의한 자동화농장이라는 것이어서, 전기누전이나 합선에 의하여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위와 같은 점에 관하여 고○○의 위 증언 및 사실조회결과만으로 원심처럼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라.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위 ○○ 등에게 이 사건 보험의 담보범위에 대하여 설명하였는지 여부를 밝혀 이 사건 설명의무의 이행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위반 등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보험계약체결의 당사자 및 보험자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있다(한편 원심은 부가적으로,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 소유의 돈사에 설치된 환풍기팬의 모터컨트롤 패널의 인입전선부가 검게 그을려 소실된 점에 비추어, 화재로 인한 사고로 볼 여지도 있다고 하였으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의 내용은, 돈사에 설치된 환풍기팬의 모터컨트롤 패널이 누전으로 인하여 작동을 멈춰 돈사내부에 통풍이 불가능해져서 돈사내부에 있던 돼지가 산소부족으로 질식사하였다는 것이므로 이를 화재사고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이를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송진훈 윤재식(주심)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