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이 조업을 위해 항해를 하던 중 바다의 어떤 부유물과 충돌하여 침몰하게 되었는 바,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입증책임이 피보험자에게 있다 할 것인데, 제출된 자료를 기초로 판단해볼 때 본건 사고가 해상고유의 위험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아니하므로 피신청인의 보험금 지급거절은 타당하다.

▣ 바다 고유의 위험으로 인한 손해인지 여부

【분쟁요지】

[사실관계]
신청인 甲은 "보험종목은 선박보험, 보험기간은 2003. 4. 30.부터 2004. 4. 30.까지, 피보험자는 丙선박(주), 보험료는 42,408,300원, 보험가입금액은 1,100,000,000원, 보험조건은 침몰, 좌초, 화재, 충돌 이외의 원인에 의한 분손 부담보 조건" 등과 같은 내용의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선주는 보험목적인 선박(1987년 건조, 209톤 트롤선박)을 2000년 4월 20일 부산시청으로부터 US$ 181,500(217,800,000원)에 매입하여 바로 출항하지 못하고 부산 자갈치 외항에 장기간 정박하였다.

2003. 3. 사고선박을 영도조선소에 입거하여 수리＊를 한 다음 2003. 5. 1. 우루과이 몬테비데오항을 향해 출항하였으나 싱가폴 근처에서 3번 어창에 해수가 유입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인도네시아의 항구에 입항하여 이동식 전동펌프 2대를 임시 설치한 후 몬테비데오로 항해를 재개하였다.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수리비로 약 7억6천만원 정도 소요된 것으로 나타남   

2003. 6. 23. 별다른 사고 없이 우루과이 몬테비데오항에 도착한 후 현지인 4-5명을 추가로 고용하여 항해중의 어창해수 유입에 대한 보수를 비롯하여 선박의 유지보수작업을 실시하여 2003. 9. 5. 우루과이 국적증서를 취득하고, 2003. 9. 20.에는 메디오 알투라 어획면허를 취득하였다.

2003. 9. 20. 우루과이에서 조업을 위한 첫 항차는 시작되었고  2003. 11. 13. 4항차중에 선박의 어망이 침선에 걸려 해당 그물 전부를 멸실하였다.

2003. 12. 1. 22:00경 6번째 조업을 위해 몬테비데오항을 출항하였으며 당시 선박에는 한국선원 3명(선장, 기관장, 갑판장), 중국선원 3명, 베트남선원 1명, 우루과이선원 9명 총16명이 승선한 상태였고, 다음날 06:45경 선박의 본선 전원이 꺼져 확인한 결과 기관실 및 3번 어창에 갑작스런 해수유입이 확인되었고, 이후 선박이 좌현으로 기울면서 침몰하기 시작하자 08:00경 선원들은 선박을 버리고 퇴선하였고, 이후 바다위에서 표류하다가 17:00경 전원 구조되었다.

사고 당시의 기상상태는 보슬비가 오는 정도였고, 해상은 Beaufort Scale 1～2 정도(파고는 0.1내지0.3미터 정도)로 잔잔한 상태였다.

피신청인의 요청으로 2004. 9. 12. 아르헨티나 현지 수중전문검사기관에서 침선에 대한 Diver Inspection을 실시한 결과, 침선은 좌현으로 약 90°정도 기울어진 채로 해저에 닿은 부분은 1.5미터 정도 모래에 묻혀 있고, 노출된 선체는 석회질 퇴적물로 덮혀 있어 선박의 상태를 완벽하게 확인하기에는 애로가 있었으나 선박의 용골, 프로펠러 등과 외판의 이상은 발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사자의 주장]
▷신청인의 주장
본 건 보험목적인 선박은 출항하기 전 우루과이 정부 및 해양경찰서의 안전검사를 마친 것으로 선박의 운항능력은 충분하였다고 볼 수 있고, 피신청인의 일방적 주도하에 이루어진 Diver Inspection의 결과는 증거자료로써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피신청인은 본 건 사고가 6번째 조업을 위해 목적지로 운항하던 중 선박이 어떤 부유물에 의한 충격으로 기관실 내부에 해수가 유입되어 침몰된 것을 인정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신청인의 주장
동 선박보험 계약은 열거책임주의가 적용되는 보험약관으로 선박이 바다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침몰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신청인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데,

승선원의 진술에 의하면 사고지점까지 아무런 이상 없이 운항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고 당시의 날씨 또한 보슬비가 내리고 바다는 잔잔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기관실 및 어창에 해수가 유입되어 선박이 침몰하였고, Diver Inspection 결과 어떤 부유물과의 충돌을 인정할 만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는 바, 이는 바다 고유의 위험으로 인한 것이라 할 수 없으며,

신청인이 초기에는 4항차때 침선에 어망이 유실된 사고로 선박이 손상을 입어 6항차때 침몰하였다고 주장하다가 갑자기 6항차 운항 중에 어떤 부유물과 충돌하였다고 주장을 번복한 사실 및 한국선원들을 제외한 다른 선원들은 6항차때 충돌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사실을 감안해 보면, 바다 고유의 위험으로 인한 사고로 볼 수 없다.

【처리결과】

[위원회 판단]
본 건의 쟁점은 당해 사고가 약관에서 담보하는 바다 고유의 위험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이다.

▷ 선박보험에서 담보하는 바다 고유의 위험의 의미
당해 보험증권에 첨부된 협회기간약관(INSTITUTE TIME CLAUSE-HULL) 서문에는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준거법 약관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그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1.5.14. 선고 90다카25314 판결).

당해 약관은 담보하는 위험으로서 바다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을 열거하고 있고, 바다 고유의 위험이라 함은 바다에서 발생하는 우연한 사고 또는 재난만을 의미하고, 우연성이 없는 사고, 예컨대 자연적인 소모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영국해상보험법 제1부칙의 보험증권 해석에 관한 규칙 제7조에서는 “바다 고유의 위험이란 오직 바다에서의 우연한 사고와 재난만을 의미하고, 바람이나 파도의 통상적인 작용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음.

▷ 당해 사고가 바다 고유의 위험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본 건 선박이 침몰한 원인에 대해서는 침몰선박을 인양하여 조사를 실시하지 아니한 현 상황에서 ① 바다 고유의 위험으로 인한 우연한 사고 또는 재난에 의한 침몰 ② 통상 자연적 마모 또는 불감항으로 인한 침몰 ③ 고의적인 침몰 등 몇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인데,

당해 계약은 열거책임주의가 적용되는 보험약관에 의한 것으로서 보험목적에 생긴 손해가 위와 같은 바다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에게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8.5.15. 선고 96다27773 판결 참조).

그런데, 아래와 같은 점을 고려해 볼 때 동 선박의 침몰은 당해 약관이 담보하는 위험인 바다 고유의 위험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아니하다.

6항차 때 어떤 부유물과의 선박충돌 여부를 일부 선원만이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충돌은 선박의 외판에 손상을 야기할 정도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고, 기관실이 외부물체와 충돌하였다고 하면 기관실 바로 뒤에 위치한 선박의 프로펠러도 외부물체에 접촉되어 손상을 가져옴이 타당함에도 Diver Inspection에서 선박의 이상 변형은 발견되지 않았고 어떤 부유물과의 충돌에 따른 선체의 심한 요동 등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수중의 부유물은 해수와 비중이 유사하기 때문에 기관실 하부의 강철판에 구멍을 낼 정도로 단단하다고 보기에 어려움이 있고, 해저 바닥에 고정된 침선, 암초 등의 물체와 선박이 충돌하였다면 선저의 오일탱크에 파공을 일으켜 오일 유출이 발생되어야 하나 오일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점.

신청인이 2004. 6. 29. 제출한 자료를 통하여 선박침몰은 4항차때 어망이 침선에 걸려 선체가 손상되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다가, 사고가 발생한지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선원들만의 진술을 근거로 4항차때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6항차때 선박이 어떤 부유물과 충돌하여 침몰하였다고 주장을 변경하는 등 입증의 일관성이 없다는 점.

▷결론
따라서 제출된 자료를 기초로 판단해 볼 때 본건 사고가 바다 고유의 위험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아니하므로 피신청인의 보험금 지급 거절은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이에 주문(신청인의 청구를 기각한다.)과 같이 조정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