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에서 아내가 남편의 동의 없이 남편을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도 이를 타인의 생명보험이라고 볼 수는 없고 자기의 생명보험이라고 해석되며, 본인인 남편의 적법한 추인이 있는 경우에는 유효하다고 생각됩니다.

하급심 판결도 "무권대리인이 본인을 대리하여 보험자와 사이에 본인을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로 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본인으로부터 보험계약의 체결에 관한 적법한 추인이 있음을 보험자에게 통고한 경우에는 당해 보험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하고, 그 보험계약이 생명보험인 경우에도 이를 타인의 생명보험이라고 할 수 없다"(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1993. 12. 3. 선고 92가합814 판결)고 판시하여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무권대리인이 보험계약자를 상속한 경우 무권대리인이 보험계약을 추인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견해가 나뉘고 있습니다.

먼저 불확실성을 보험사고의 요건으로 하는 상법 제644조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보험계약이 무권대리인에 의하여 체결된 경우 보험계약자인 본인이나 그 상속인은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안 후에는 그 추인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 견해에 의하면, 무권대리인이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망한 이후에는 그 상속인은 보험계약을 추인할 수 없게 됩니다.

위 견해와 달리 민법상 무권대리의 추인권자는 본인이지만 본인이 사망한 경우 본인의 상속인도 추인할 수 있고, 추인이 있으면 무권대리행위는 처음부터 유권대리행위이었던 경우와 같은 법률효과가 소급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는 법리를 적용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보험계약자의 상속인은 무권대리인에 의한 생명보험계약을 추인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일본대심원판결도 "무권대리행위의 추인은 무권대리행위를 유권대리인이 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하는데 지나지 않고, 추인할 때에 추인하는 법률행위를 성립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생명보험계약에 준용되는 상법 제644조(일본 상법 제397조)에 정한 보험계약 무효의 조건이 추인 당시에 있어서 존재하는 것은 추인을 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일본대심원 1924. 12. 24. 판결)라고 하여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법원은 누나가 동생의 동의 없이 동생을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하고 그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하여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동생이 사망하여 그 상속인인 모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사안과 관련하여 "상법 제644조는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거나 또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인 때에는 그 계약은 무효로 한다. 그러나 당사자 쌍방과 피보험자가 알지 못한 때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적어도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아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은 무효라는 취지라고 할 것인바, 그 이유는 보험계약은 우연한 사고의 발생에 대비하기 위하여 이용되는 것이고 따라서 보험사고는 불확정한 것이어야 한다는데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위 법 조항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보험계약이 무권대리인에 의하여 체결된 경우 보험계약자인 본인이나 그 상속인은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안 후에는 그 추인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1. 8. 22. 선고 2001다37736 판결 및 이에 대한 원심판결인 부산고등법원 2001. 5. 23. 선고 2000나12518 판결; 서울고등법원 1996. 6. 14. 선고 95나31425 판결)고 판시하여 무권대리인이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가 사망한 이후에는 그 상속인은 보험계약을 추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보험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여 보험회사에 대하여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방법 등으로 보험계약을 추인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