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실상계에 있어서 과실의 의미

가. 교통사고(불법행위)에 있어서 가해자의 과실은 의무위반이라는 강력한 과실인 데 반하여, 피해자의 과실을 따지는 과실상계에 있어서의 과실은 가해자의 과실과는 달리 사회통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동생활에 있어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대법원 1992.11.13. 선고 92다14687 판결, 대법원 1997.12.9. 선고 97다43086 판결).

나.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않은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난 경우에는 피해자가 도로를 횡단할 때의 주의정도, 즉 횡단하기 전에 지나가는 차량들의 동태를 잘 살펴 차량의 진행 여부 및 안전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는가에 따라 과실비율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상의 사고의 경우 피해자의 주의정도에 따라 10% 내지 20% 사이에서 과실상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 반면에,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 사고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신호에 따라 이미 횡단하고 있을 때에 신호를 위반하여 지나가던 차에 의해 충격된 경우 과실상계를 하지 않으며, 신호가 바뀐 상태인데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던 차가 있은데도 차의 동태를 살피지 않고 그대로 횡단하다가 차와 부딪힌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약 10% 정도의 과실상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구체적인 사례

가. 사고 당시는 비가 오는 야간이었고, 충격지점이 주변에 상가나 주택이 별로 없어 차량들이 70킬로미터의 빠른 속력으로 달리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상으로, 피해자가 횡단보도의 우측에서 좌측으로 횡단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피해자의 과실을 약 10% 가량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나. 야간에 비가 내린 후에 어린아이를 안고서 교통정리가 행해지지 않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시속 50킬로미터로 진행하는 승용차에 치인 경우 피해자의 과실을 10%로 인정하였습니다.

다. 야간(00:20)에 시야장애가 있는 상황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신 후 주취상태에서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횡단보도를 횡단하다가 6차선 도로의 3차선상을 시속 80킬로미터의 속도로 진행하던 차량에 충격되어 사고를 당한 경우, 피해자의 과실을 10%로 인정하였습니다(서울지방법원 1995.1.17. 선고 94가합9271 판결).

라. 학교 앞에서 낮 12시에 9세 남짓 된 아이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여러 일행 중에 혼자 뛰어 건너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피해자의 과실을 10%로 인정하였습니다.

마. 저녁 6시 10분경에 피해자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따라 도로를 횡단하다가 편도 3차선의 1차선을 따라 시속 약 6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진행하던 차량에 의해 충격되어 사망한 경우 피해자의 과실을 10%로 인정하였습니다(서울지방법원 1994.12.2. 선고 94가단41988 판결).

바. 야간에(21:00경) 우산을 쓴 채로 차량의 진행 유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하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횡단하다가 시속 약 20킬로미터로 진행하던 택시에 의해 충격되는 사고를 당한 경우 피해자의 과실을 10%로 인정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1997.9.9. 선고 97나9224 판결).

사. 차량이 편도 3차선에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뛰어 건너다가 횡단보도의 중앙부근에서 사고를 당한 경우 피해자의 과실을 15%로 인정하였습니다.

아. 사고당시는 출근시간이라 차량의 통행이 많았고 충격지점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상으로(황색점멸등만 있음), 피해자가 길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는 회사동료를 만나 같이 차를 타고 출근하기 위하여 좌우의 차량의 동태를 잘 살피지 아니한 채 도로를 횡단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피해자의 과실을 20%로 인정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1994.12.22. 선고 94나31916 판결).

자. 차량이 편도 2차선의 도로에서 2차선에서 일단 정지하였다가 출발하려는 순간 좌에서 우로 횡단하기 위하여 횡단보도 중간에 서있는 피해자가 멈칫거리는 태도를 취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피해자의 과실을 20%로 인정하였습니다.


3.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에게 10% 정도의 과실상계를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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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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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장소가 횡단보도이기는 하지만 교통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곳으로 노폭 21m인 편도 3차선의 비교적 넓은 도로이고, 사고 당시는 밤이 깊은 21:50경이며 부근에 가로등도 없어 전조등 불빛에 의해 횡단보도 상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던 경우, 피해자에게도 횡단보도를 횡단함에 있어 차량이 오는 쪽의 안전을 소홀히 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간 부주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이러한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해야 한다고 본 사례(대법원 1997.12.9. 선고 97다4308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