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행 자동차보험표준약관('약관')의 내용

약관 제10조 제1항은 "보험회사는 피보험자가 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남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한 경우와 남의 재물을 멸실, 파손 또는 오손하는 경우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2항은 피보험자(보험회사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에
① 기명피보험자(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
② 친족피보험자(기명피보험자와 같이 살거나 살림을 같이 하는 친족으로서 피보험자동차를 사용 또는 관리중인 자)
③ 승낙피보험자(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얻어 피보험자동차를 사용하거나 관리중인 자)
④ 기명피보험자의 사용자 또는 계약에 의하여 기명피보험자의 사용자에 준하는 지위를 얻은 자(단, 기명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사용자의 업무에 사용하고 있는 때에 한함)
⑤ 이상의 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중인 자(운전보조자를 포함) 등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약관 제14조 제1항 제4호에서는 일정 범위의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경우에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하여 피해자의 범위를 간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2. 약관의 개정

구약관에서는 운전자나 승낙피보험자의 부모, 배우자, 자녀가 죽거나 다친 경우에 무조건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였으나, 2003년 1월 1일부터 개정된 약관에 의하면 대인배상Ⅱ에서의 면책대상을 축소하여 운전자 또는 승낙피보험자의 부모, 배우자, 자녀의 사상의 경우라도 일률적으로 면책하지 않고 기명피보험자의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성립되는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보상하도록 하였습니다(약관 제14조 제1항 제4호 대인배상Ⅱ).

이러한 약관의 개정 이전에도 판례는 택시회사 소속 운전사가 회사의 허락을 받거나 신고를 하지 않고 무상으로 처와 아들을 태우고 운행 중 사고로 자신의 과실로 사고를 일으켜 처가 사망한 사건에서 단순히 운전자의 가족으로서 무상동승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타인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운전자의 부모, 배우자 및 자녀의 사상에 대해서도 타인성을 인정하여 보험회사의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대법원 1997. 1. 27. 선고 96다40844 판결).


3. 피보험자가 복수일 경우 보험회사의 면책 여부

가. 동일한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피보험자가 복수로 존재하고 그 중 1인이 그 자동차사고로 스스로 피해를 입어 다른 피보험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

이러한 경우 사고를 당한 피보험자(피해자)의 운행지배 및 운행이익에 비하여 상대방 피보험자(렌트카 회사)의 그것이 보다 "주도적이거나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어 상대방 피보험자가 용이하게 사고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면, 사고를 당한 피보험자는 상대방 피보험자에 대하여 자배법 3조 소정의 타인임을 주장할 수 있고, 그와 같은 경우 상대방 피보험자가 보험자(보험회사)를 상대로 그 사고를 당한 피보험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의 보상을 구함에 있어서는 사고를 당한 피보험자가 자동차보험보통약관상의 '타인'임을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대법원 1997. 7. 25. 선고 96다46613 판결, 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2884 판결).

나. 면책조항의 개별적용 문제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에 있어서 동일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배상책임을 지는 피보험자가 복수로 존재하는 경우, 그 피보험이익도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요건이나 면책조항의 적용 여부 등을 개별적으로 가려서 보상책임의 유무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관에 피보험자 개별적용 조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각 피보험자별로 위 면책조항의 적용여부를 가려 보험회사의 면책여부를 결정하여야 하고, 그 약관의 규정 형식만으로 배상책임이 있는 복수의 피보험자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피해자와의 사이에 면책조항 소정의 인적관계가 있기만 하면 모든 피보험자에 대한 보상책임을 면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서는 아니됩니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6다41144 판결; 대법원 1988. 6. 14. 87다카2276 판결 등 참조).


4. 결론

이 사건의 경우, 렌트카 회사와 자동차를 빌린 甲 사이의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비록 甲이 자동차에 대한 현실적 지배를 하고 있었지만, 자동차의 운행 경위, 운행의 목적, 렌트카 회사가 甲에게 운전사까지 소개하여 자동차를 대여하게 된 사정, 자동차의 운행에 운전사를 통하여 렌트카 회사가 관여한 정도 등 모든 정황을 종합하여 볼 때, 자동차의 운행지배 및 운행이익이 甲에게 전부 이전된 관계가 아니라 서로 공유하는 공동운행자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고, 더 나아가 렌트카 회사는 운전사를 통하여 자동차의 운행에 대하여 甲에 비하여 '보다 더 주도적'이거나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甲은 렌트카 회사에 대하여 피해자로서의 중요한 기준인 '타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고 렌트카 회사 소속의 운전사의 과실로 피해를 입어 렌트카 회사의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할 것이므로, 피해자들은 보험회사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