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로교통법 규정

가. 도로교통법 제10조 제4항은 ‘보행자는 횡단보도를 횡단하거나 신호기 또는 경찰공무원 등의 신호 또는 지시에 따라 도로를 횡단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차의 앞이나 뒤로 횡단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체된 차량 사이를 횡단함은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나. 일반적으로 교통사고에 있어서 피해자 과실의 유무 및 그 정도는 사고 발생에 기여한 피해자의 교통법규 위반의 유무 및 그 정도의 형태로 구체화되므로, 과실상계를 함에 있어서는 교통법규와 이에 기한 통행우선권을 기본적으로 고려하고, 그 다음에 구체적인 위험상황에서 사고발생의 예견 내지 회피가능성의 측면을 수정요소로 고려합니다.

2.  피해자가 정지한 차량 사이에서 무단횡단한 경우

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측 차로나 우측 길 가장자리 구역에 주·정차되거나 또는 일시 정지한 차량의 앞이나 뒤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좌우에서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차량에 충격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신호대기나 정체로 줄지어 늘어선 차량들 사이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흔치 않게 발생합니다.

나. 우측 차로나 우측 길가에 주․정차되거나 일시 정지한 차량의 앞이나 뒤에서 무단횡단한 경우

이 경우는 통상적인 무단횡단의 가중 형태에 불과하므로 무단횡단의 경우보다 10% 정도 과실을 가산합니다.

참고로 통상적인 무단횡단의 경우 주택가 골목길, 시골국도는 20%,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고 차량통행이 빈번한 도로는 25%를 기준으로 하고, 차선 수에 따라 1차선씩 더 추가될수록 5%씩 가산하고, 야간 5%, 음주 5%, 가드레일 5%가 추가됩니다. 

다. 정체된 차량 사이를 무단횡단한 경우

이 경우는 차량 운전자가 보행자의 출현을 예상하기도 힘들뿐더러 정체된 차량에 가린 보행자를 미리 발견할 수도 없어 발견 순간에는 이미 급제동이나 급진로변경을 통해서도 사고를 회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보행자에게 훨씬 중한 과실상계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형사사건에서는 신뢰의 원칙을 적용하여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대법원 2003.2.11. 선고 2002도6645 판결).

3. 결론

이 사건의 경우 보행자인 귀하의 과실이 운전자의 과실보다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므로, 최소한 50% 이상의 과실상계가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로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02.10.1. 선고 2002나1212 판결은, 주간에 중앙선이나 차선이 그어져 있지 않으나 도로 중앙에 화단이 설치되어 중앙선을 대신하고 있고, 한쪽 도로 폭이 6.6m에 달해 양 방향 차량들이 2열로 진행하는 도로이고 사고 지점 13m 전방에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는데도 피해자가 차량들이 정지신호에 따라 일시 정지한 틈을 타 차량들 사이에서 좌측에서 우측으로 무단횡단을 하던 중 도로 우측단을 진행하던 가해승용차에 의해 충격된 사건에서, 피해자의 과실을 70%로 인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