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표로 질문한 사항 아니면 보험금 지급

인천지법, "고의·중대과실 없다" 보험사 청구 기각

소아과의원 등에서 근경직이나 성조숙증 진단을 받은 미성년자의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고도 보험사와 보험계약을 한 뒤 뇌종양이 발생해 입원·수술했다고 하더라도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이인형 부장판사)는 D보험사가 김모(男, 만8세)군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보험사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김군이 D보험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2006년 8월 중순. 김군의 어머니는 보험기간 중 암이나 질병이 발생하면 치료비를 지급해 주는 것을 보장내용으로 하는 이 보험에 가입하면서 D보험사의 보험설계사가 가져온 '최근 3개월 이내 또는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등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부 '아니오'라고 표기된 질문표에 서명했다. 그런데 김군은 보험 가입 5개월 전부터 L소아과의원 등에서 실시한 검사에서 '근경직, 성조숙증, 뇌성마비(의증)' 등의 진단을 받았으나 보험 가입 후의 정밀검사에서는 비정상적 소견은 보이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후 김군은 보험 가입 2개월 후에 L소아과의원의 권유를 받고 S병원 신경외과에 입원해 두개 천공술 및 혈종 제거술을 받고 뇌종자세표종, 악성 뇌종양, 뇌내출혈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자 보험사 측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청약서상의 질문사항을 피보험자가 진료받은 사실이 있으면 그 결과 여하에 관계없이 모두 고지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고 정상 소견을 보인 경우까지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과 질문표를 김군의 어머니가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보험설계사가 모두 '아니오'라고 작성한 질문표에 서명만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이를 이 사건 보험약관상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김군의 어머니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D보험사 측의 보험계약 무효 또는 해지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험가입자인 김군의 소송대리인인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 보험소송닷컴 www.bohumsosong.com)는 "질문표 등 서면으로 질문하지 않은 사항이더라도 중요한 사항인 경우에는 이를 고지해야 한다고 보나, 청약서상의 질문표 등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하여 질문하지 않은 질병 등의 사항에 대해서는 보험사 측이 그 사항이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과 보험가입자가 악의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주장·입증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소송닷컴(www.bohumsosong.com)뉴스 2008/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