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방법원 2013. 12. 18. 선고 2013가합894 판결【보험금】

【판시사항】

대포차량임을 알면서도 장기간 보험계약 해지하지 않은 경우 신의칙상 보험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본 사례

【전 문】
【원 고】 〇〇〇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석환)
【피 고】 〇〇 해상보험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문탑승)
【변론종결】 2013. 11. 13.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2.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C은 2001년경 00-0000호 그랜져XG 승용차(이하 '이 사건 자동차'라 한다)를 취득하여 신규등록을 마친 이래 현재까지 이 사건 자동차의 등록원부에 소유자로 등록되어 있는 사람이다.

나. 그런데 C은 2006년경 D에게 이 사건 자동차를 매매하면서 C 명의의 자동차등록증 등 소유권이전등록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와 위 자동차를 인도하였고, 이 사건 자동차는 소유권이전등록없이 위 일체의 서류와 함께 전전 유통되어 왔다.

다. E은 2010. 4.경 이 사건 자동차를 매수한 후 2010. 6.경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자동차에 관하여 담보종목을 대인배상Ⅰ, 대인배상Ⅱ, 대물배상, 자동차상해(사망시 1인당 2억) 등으로, 이 사건 자동차 등록원부상의 명의자인 C을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보험기간을 2010. 6. 10.부터 2011. 6. 10.까지로 하여 자동차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당시 E은 보험모집인 F에게 G과 같이 운전한다고 이야기하면서 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이후 E은 2010. 6.경 보험모집인에 F에게 이 사건 자동차가 대포차라고 이야기하면서 이 사건 자동차를 양도할 예정이니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요청하였는데, 보험계약자 C의 통장사본이 없다는 이유로 위 해지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 이 사건 자동차는 다시 2회 유통되어 H(1959. 1. 31.생)가 이 사건 자동차를 매수하였고, 매수 당시 위 자동차보험증권 및 자동차등록증도 같이 전달받았다.

바. H는 2011. 3. 2. 09:00경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여 구미시 해평면 송곡리 도리사 입구 앞에서 구미시 해평면 산양리 방면에서 금호리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우측 커브길에서 도로를 이탈하여 좌측에 있던 농수로에 추락하였고(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 한다), 위 사고로 인하여 치료를 받아 오다가 2012. 7. 4. 사망하였다(이하 H를 '망인'이라 한다).

사. 피고는 2011. 3. 28. C에게 C이 이 사건 보험계약시 계약전 알릴 의무를 위반하였다면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였다.

아. 원고는 망인의 자녀로, 망인의 법적상속인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제12 내지 14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 제4호증의 1 내지 5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C의 묵시적 승인 하에 망인이 운전하다가 사망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피고의 보험금 지급거절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피고는, C은 이 사건 자동차에 대하여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상실한 자로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운행자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보험금 청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다툰다.

나. 판단

1) 운행지배 및 운행이익 상실여부

자동차 소유자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의 상실 여부는 평소의 자동차나 그 열쇠의 보관 및 관리상태, 소유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운행이 가능하게 된 경위, 소유자와 운전자의 인적 관계, 운전자의 차량 반환의사의 유무, 무단운행 후 소유자의 사후승낙 가능성, 무단운전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 유무 등 객관적이고 외형적인 여러 사정을 사회통념에 따라 자동차 소유자가 차량운행에 간섭·관리할 책무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61395 판결, 대법원 1999. 5. 14. 선고 98다5750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인 C이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상실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C이 D에게 이 사건 자동차를 2006. 4.경 빌려주었다가 2010. 1.경 반환을 요구하였는데도 D로부터 돌려받지 못하였다며 D를 수사기관에 횡령으로 고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을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E이 2010. 5.~6.경 이 사건 자동차를 대포차량으로 I로부터 매수하였다가 2010. 8.~9.경 성명불상자에게 매도하였고, 위 성명불상자가 30세에서 26세로 운전자연령한정특약을 변경한 사실이 인정된다.

또한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C과 E, 망인은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는 점, E은 I로부터 이 사건 자동차를 매수였고 E이 망인에게 이 사건 자동차를 직접 매도한 것도 아니어서 이 사건 자동차는 소위 '대포차량'으로서 수차례 전전양도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보험계약은 C의 의사에 따라 체결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자동차를 전전 양수한 E에 의하여 피보험자를 C으로 하여 체결된 것인 점, C이 이 사건 자동차를 D에게 넘겨 준 이후 위 자동차의 관리․운행에 간섭한 사정이 전혀 엿보이지 아니한 점, C이 D에게 차량을 넘겨 준 2006년경부터 무려 5년이 지난 후에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자동차의 명의가 C으로 남아 있었다 하더라도 C에게 이 사건 자동차의 운행에 간섭을 하거나 이를 지배·관리할 책무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없고, 객관적․외형적으로 이 사건 자동차의 운행에 있어서 그 운행지배와 운행이익 모두 C을 떠나 실제 차량을 취득하여 운행한 망인에게 이전되었다 할 것이다.

따라서 C이 이 사건 자동차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상실한 이상 이 사건 보험계약은 이 사건 자동차에 관한 운행지배나 운행이익이 없는 C을 피보험자로 한 것이므로, 원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

2) 신의칙 위반 여부

앞서 든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의 보험모집인 F은 E과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자동차등록원부상 명의자이자 보험계약자인 C에게 보험가입의사를 별도로 확인하지 아니하였는데, 2010. 6.경 E으로부터 이 사건 자동차가 소위 '대포차량'이라는 사실을 전달받은 사실, 피고는 그 뒤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11. 3.경까지 9개월간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아니한 채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외형을 유지하여 온 사실(더구나 E이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요청하였음에도 C의 계좌사본을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는데, C의 계좌사본을 E에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 사건 보험계약 해지가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정은 보이지 아니한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가 이 사건 자동차가 소위 '대포차량'이라는 사정을 알았으면서도 즉시 해지하지 않고 9개월이나 지체하였다면 이 사건 차량을 양수하여 운행하던 망인에게 유효한 보험계약을 새로 체결할 기회를 잃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 할 것인바(자동차보험증권과 자동차등록증을 같이 양도받은 망인은 이 사건 보험계약이 유효하다고 신뢰하였던 것으로 인정함이 상당하며, 망인이 보험이 무효인 상태로 차를 운행하려고 마음먹었을 것이라는 이례적인 사정은 보이지 아니하는바, 그렇다면 반대로 보험이 무효인 것을 알았다면 유효한 보험을 체결하여 자동차운행의 위험을 적절하게 인수시켰으리라고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피고가 보험계약이 무효임을 인지하고 해지절차를 9개월이나 지체하던 중에 발생한 이 사건 보험사고에 관하여 보험계약의 효력을 부정하고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을 허용하여 준다면 보험회사는 보험사고의 위험을 전혀 인수하지 않은 채 보험료만 취득하게 되고(보험금이 보험료보다 훨씬 고액이지만 액수의 다과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는 보험료는 보험회사가 지급받고 보험사고의 위험은 정부보장사업에 의하여 일반 국민의 세금과 자동차운행자가 인수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된다. 보험에 관한 전문가인집단인 피고에게 일반 이용자보다 더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신중한 업무처리를 요구함이 상당하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의 보험금 지급청구를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에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3)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3. 2.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도진기(재판장) 홍지현 이수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