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2005. 5. 11. 선고 2005나9489 판결【보험금반환】: 원고일부승

【판시사항】

이행보증보험금의 지급 후 매매계약이 해제된 경우 보험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

【판결요지】

보증채무는 주채무와 동일한 내용의 급부를 목적으로 함이 원칙이지만 주채무와는 별개 독립의 채무이고, 한편 보증채무자가 주채무를 소멸시키는 행위는 주채무의 존재를 전제로 하므로, 보증인의 출연행위 당시에는 주채무가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후 주계약이 해제되어 소급적으로 소멸하는 경우에는 보증인은 변제를 수령한 채권자를 상대로 이미 이행한 급부를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보험계약자가 분할대금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보험자가 보증보험계약에 따라 피보험자에게 분할대금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하였으나 피보험자가 나머지 매매대금에 관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함으로써 매매계약이 소급적으로 무효가 된 경우 보험자는 피보험자를 상대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

【전 문】
【원 고】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
【피 고】 한국토지공사

【이 유】

1. 기초사실

가. 주식회사 일○(이하 일○이라한다)은 1994. 12. 27. 피고(당시 명칭 : ○○○○개발공사)로부터 전남 ○○군 ○○면 ○○리 소재 ○○공단 내 24블록 1롯트 22,100m²를 매수하기로 하였다가, 1995. 1. 16. 매매목적물을 같은 공단 내 33블록 101롯트 23,200m²로 변경하고 매매대금을 1,567,945,400원으로 정한 매매계약을 다시 체결하면서, 별지 제1목록 기재와 같이 계약금 149,40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매매대금을 1998. 12. 27.까지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

나. 피고는 1995. 3.경 일○과 사이에 매매대금을 전부 지급하지 않더라도 일○에게 매매목적 토지 중 13,225m²에 관하여 사용을 승낙하되, 일○은 그 면적에 상응하는 매매대금에 관하여 이행(지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기로 약정하였다.

다. 이에 일○은 1995. 6. 22.부터 1995. 8. 28.까지 원고(당시 상호 : ○○보증보험 주식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상의 6회 내지 11회 각 분할 지급대금 중 전부 또는 일부 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위 매매계약을 주계약으로, 피보험자를 피고로, 보험가입금액을 별지 제2목록 기재와 같이 정한 각 이행(지급)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이라 한다). 그 내용으로 승인된 이행(지급)보증보험 보통약관에 의하면 원고는 일○이 주계약에서 정한 분할대금지급채무를 지급기일 내에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고가 입은 손해를 보상하되, 보험가입금액을 한도로 하여 주계약에서 정한 이행기일에 있어서의 미회수채권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기로 하였다.(제1조, 제5조)

라. 피고는 그 후 일○이 5회까지의 분할대금만 지급하고 나머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였고, 원고는 1996. 5. 10.부터 1997. 3. 21.까지 6회에 걸쳐 피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6회 내지 11회 분할대금의 일부로 별지 제3목록 기재와 같이 보험금 합계 563,733,930원을 지급하였다.

마. 그런데 일○이 그 후 나머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자, 피고는 2002. 6. 25. 일○에게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의사표시를 하였다.

바. 피고의 계약해제로 인한 일○의 원상회복청구권에 기한 매매대금반환채권을 ○○○○은행이 채권양도 받는 등 다수의 채권양도 및 채권압류 등이 경합하자, 피고는 2002. 6. 26. 이미 지급받은 매매대금 중 계약금 등을 공제한 나머지 1,429,166,120원을 피공탁자는 매수인인 일○ 또는 양수인인 ○○○○관리공사(○○○○은행으로부터 다시 채권양도를 받았다)로 하여 광주지방법원 2002년 금제2853호로 공탁하였다.

2. 판단

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발생

(1) 보증보험이란 피보험자와 어떠한 법률관계를 가진 보험계약자(주계약상의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피보험자(주계약상의 채권자)가 입게 될 손해의 전보를 보험자가 인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손해보험으로서, 형식적으로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이나, 실질적으로는 보증의 성격을 가지고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보증보험계약은 주계약 등의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고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약관의 정하는 바에 따라 그리고 그 보험계약금액의 범위 내에서 보상하는 것이고,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민법의 보증에 관한 규정이 보증보험계약에도 적용된다.

그리고 보증채무는 주채무와 동일한 내용의 급부를 목적으로 함이 원칙이지만 주채무와는 별개 독립의 채무이고, 한편 보증채무자가 주채무를 소멸시키는 행위는 주채무의 존재를 전제로 하므로, 보증인의 출연행위 당시에는 주채무가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후 주계약이 해제되어 소급적으로 소멸하는 경우에는 보증인은 변제를 수령한 채권자를 상대로 이미 이행한 급부를 부당이득으로 반환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다.

(2) 앞에서 본 법리에 따르면,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은 주계약인 이 사건 매매계약을 그 전제로 하고 보험계약자인 일○이 매매계약에 따른 위 각 분할 대금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인 피고가 입게 되는 손해를 약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가입금액 범위 내에서 보상하기로 한 계약으로서, 형식적으로는 보험계약이나 실질적으로는 보증의 성격을 가지고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보험계약자인 일○이 위 각 분할대금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보험자인 원고가 보증보험계약의 내용에 따라 피보험자인 피고에게 각 분할대금 상당을 보험금으로 지급한 후 피고가 나머지 매매대금에 관한 일○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함으로써 위 매매계약이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었으므로, 보험자인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의 주장

(1) 피고는 보증보험금으로 지급된 것을 포함한 매매대금 전액 중 계약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 대금을 공탁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한 채무가 소멸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가 한 위 공탁은 피공탁자인 일○ 또는 ○○○○관리공사에 대한 매매대금 반환채무에 관한 것으로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부당이득반환채무에는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피고는 다시 피고는 피공탁자나 압류채권자 등이 보험금을 반환받을 진정한 채권자이며 수령권한이 있다고 알고서 고문변호사의 자문까지 받아 공탁한 것이어서 피고의 위 공탁은 선의, 무과실로 이루어진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주장하나,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의 효력을 규정한 민법 제470조가 공탁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은 아닐 뿐 아니라 피공탁자 등을 채권의 준점유자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는 원고가 구상권을 행사하여 지급보험금 중 일부를 회수하였으므로 남은 보험금 229,784,161원의 범위에서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갑 제12호증의 1, 2, 을 제17호증의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1997. 7.경부터 1997. 10.경까지 사이에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의 연대보증인인 이○○, 이?? 소유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합계 333,949,769원을 배당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는 위 보증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고, 그 후에 보증보험계약의 주계약인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어 소급적으로 무효가 된 이상 원고는 배당받은 금원을 반환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 반환할 부당이득의 범위

민법 제748조, 제749조의 각 규정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 563,733,930원에 대하여 악의의 수익자가 된 시점부터의 법정이자를 지급하여야 할 것인바,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 2002. 6. 25. 무렵에는 보험금 지급에 의하여 받은 이익이 법률상 원인이 없음을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때부터 악의의 수익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563,733,930원 및 이에 대하여 2002. 6. 25.부터 다 갚는 날가지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민법 소정의 연 5%의 비율에 의한 법정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위 인정부분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은 부당하므로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